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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 말을 듣게 하는 건 권위입니다. 그렇다면

권위는 어떻게 만들까요

부모는 자식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엄마가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머리가 가려운 것 같다고 벅벅 긁더니, 너무 긁어서 피딱지가 앉았나 봅니다. 원인은 지루성 두피염. 병원에서 염색하지 말고, 너무 독한 샴푸는 쓰지 말고, 머리 감고서는 너무 뜨겁지 않은 바람으로 잘 말리라고 했답니다. 그 이후로 엄마는 머리를 잘 말립니다.


엄마는 머리 감고서 젖은 머리로 자던 습관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머리는 말리고 자는 게 좋다고 말씀드렸지만 변하는 건 없었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사셨는데 지금에서야 염증이 생긴 걸 보면, 사실은 머리를 말리는 게 큰 영향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영향이 크든 작든, 그보다는 누구 말은 듣고, 누구 말은 듣지 않는 게,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것일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자식에게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을 권리가 있고, 부모에게는 자식의 말을 듣지 않을 권위가 있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말을 듣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는 그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뿐이죠. 언젠가 오은영 박사님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듣게 하려면 부모의 권위가 있어야 한다. 권위가 없는 부모의 말은 아이 입장에서 친구가 하는 말처럼 들려서, 듣고 흘린다'는 얘기였습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얘기는 그래서, 닿지 않습니다. 부모에게는 자식의 말을 듣지 않을 권위가 있거든요.



권위는 관계에서 나타나는 위계의 차이입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친구의 관계, 사회에서의 관계. 우리는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관계에는 위계가 있습니다. 위계의 높고 낮음, 그 차이에서 권위가 생깁니다. 권위는 상황에 따라 변합니다. 부모가 노화되고 자식이 장성하면 자연스럽게 권위는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서서히 넘어갑니다. 잘 나가는 친구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승진한 동기를 부장님이라 부르며 깍듯하게 대하기도 합니다. 이런 면을 보면 지력, 체력, 경제력, 권력 등 힘이 들어가는 모든 것들의 차이에서 권위가 생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나의 힘은 그대로인데 권위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식이 잘 되거나, 친구가 잘 되거나 하면 어깨 좀 피고 다닐 수 있죠. 관계 자체가 권위가 된 경우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관계가 그 사람의 힘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사람의 주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권위가 올라가면 그 사람의 권위도 같이 올려서 보는 것이죠.



권위가 필요하다면, 빌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권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성공하는 수밖에 없을까요? 부모가, 자식이, 친구가 성공하길 기도해야 할까요? 일단, 가장 흔하게 쓰는 방법은 권위를 빌려오는 것입니다. 저는 위에서 오은영 박사님의 권위를 빌렸습니다. 적어도 부모들은 '아이가 말을 듣게 하려면 부모의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겠죠. 사람을 설득하는 건, 내용이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 권위자입니다.


다음으로는, 먼저 양치기 소년 얘기를 하겠습니다. 양치기 소년은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로 마을 사람들을 골탕 먹였습니다. 거짓말을 반복하니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을 거짓말쟁이라 생각하고 소년의 말을 믿지 않게 됩니다.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거짓말이라 생각하고 도우러 가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쟁이가 하는 말은, 당연히 거짓말일 테니까요.



'거짓말'을 '반복'하여 '노출'하자 거짓말 권위자가 됐습니다.


양치기 소년의 행동에 답이 있습니다.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을 마을 사람들에게 반복했습니다. 이것을 조금 바꿔 말하면, 양치기 소년은 '일관된 말을 사람들에게 반복하여 노출'했습니다. 일관된 메시지, 반복, 노출. 브랜드가 콘셉트를 만들 때 하는 일입니다. 'Just Do It' 하면 나이키가 생각나는 것처럼, 거짓말하면 양치기 소년이 생각나는 것처럼, 하나의 의미를 자신과 연결하여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각인된 이미지는, 권위가 됩니다.



일관된 행동을 반복하여 노출하면 권위가 생깁니다.


일관된 메시지를 반복하여 노출하면 권위가 생깁니다. 권위는 곧 힘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설득하는데 내용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이 점을 생각해서 문장을 바꾸면 '일관된 OO을 반복하여 노출하면 힘이 생긴다.'가 됩니다. 저는 OO에 행동을 넣고 싶습니다. 일관된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아 저 사람은 그런 거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거'가 무엇이냐에 따라 가수, 배우, 작가, 운동선수 등 여러 호칭으로 부르겠지요.



해야 할 것을 하세요. 반복하세요.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세요.


가수 되고 싶다. 그러면 노래하세요. 노래를 매일 반복하며 사람들에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가수는 되는 게 아니라 하는 것입니다. 브런치에는 작가이거나, 작가가 되고 싶거나, 작가를 찾고 있거나. 글과 관련된 여러 사람이 있겠지요. 작가 또한 되는 게 아니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되고 싶다면 해야 하는 것을 하세요. 물론, 글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작가 '되고' 싶다는 말의 본질일 겁니다. 돈을 벌고, 성과를 내는 것, 중요하죠. 하지만 그것은 성취를 쌓은 이후의 일입니다. 성취를 쌓으려면 해야 할 것을 반복해서 해야 합니다. 우리가 일관된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은, 그 반복이 성취로 이어짐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 될 때까지, 해야 합니다.


될 때까지 한다.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방향만 확실하게 정했다면 될 때까지 하는 게 맞습니다. 하십시오. 뒤돌아보지 말고 계속 나아가십시오. 언젠가 사람들 박수소리가 들리더라도, 그 소리조차 희미해질 정도로 나아가십시오. 그 여정에 당신이 바라는 것이 있을 겁니다.


더 많이 바라시고, 더 많이 꿈꾸시고, 더 많이 이루시길 바랍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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