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장애를 조금 달랠 수 있는 구매가이드
* 얼리어답터에 2019년 4월 8일 발행된 글입니다.
아이패드(iPad)는 처음인가요? 화장실에서 책읽기, 카페에서 글쓰기, 침대에 드러누워 넷플릭스 보기라는 즐거움을 모를 여러분께 내게 딱 맞는 아이패드를 고르는 방법을 모아 봤습니다. 끝없는 볼거리부터, 뛰어난 생산성까지, 놓치기 어려운 아이패드의 매력에 한 번 빠져 보세요.
아이패드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면, 역시 '지금까지 가장 앞선 아이패드'인 아이패드 프로를 빼놓을 수 없죠. 홈 버튼을 없앤 대신 폼팩터를 최대한 활용해 구현한 12.9인치와 11인치의 널찍한 리퀴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여태까지 아이패드 중 가장 뛰어난 디스플레이를 자랑합니다. 애플 A12X 바이오닉 칩셋에 아이패드 최초로 페이스 아이디를 넣은 점도 특징이죠.
프로답게 다양한 기능을 담은 2세대 애플 펜슬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를 이용하면 웬만한 업무는 앉은 자리에서 해치울 수 있습니다. 프로다운 창의력, 프로다운 생산성.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라면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120Hz 디스플레이와 스테레오 사운드는 '이전의 아이패드는 진정한 아이패드가 아니다.'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진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태블릿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아이패드 프로에서 할 수 있습니다. 사진과 영상 편집, 작곡, 글쓰기 같은 생산적인 일에서부터, 독서, 영화 감상, 게임 같은 소비적인 일까지 아이패드 프로를 통해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오직 한 가지. 가격입니다.
Pros. 태블릿에서 만날 수 있는 극한의 완성도
Cons. 텅 빈 지갑
공기(Air)처럼 가벼운, 아이패드 에어는 아이패드하면 떠올릴 가장 전통적인 디자인을 갖췄습니다. 홈 버튼이 있는 전통적인 방식을 원하신다면, 역시 아이패드 에어가 좋죠. 아이패드 에어는 기존 아이패드 프로와 에어를 통합해 새로이 생긴 제품군이자,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의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니 너무나 달라진 아이패드가 낯설다면, 기존의 폼팩터를 그대로 유지한 아이패드 에어가 제격입니다. 폼팩터, 그러니까 외형이 그대로라서 기존의 경험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 플리오와 애플 펜슬을 이용한 생산성도 그대로입니다. 가격도 훨씬 저렴해 '합리적인 선택지'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부품 재활용이라는 오명도 있고, 6년이나 된 이 폼팩터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좀 걱정이지만요.
아이패드 에어의 성능이 최신은 아닙니다. 아이패드 프로, 그리고 아이폰과 비교하면 여전히 못 미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니 태블릿은 결국 PC의 보완재라고 생각하시는 분께 프로는 과하고, 그냥 아이패드는 부족합니다. 이런 분께는 적당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을 갖춘 아이패드 에어가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PC의 아쉬웠던 점을 아이패드 에어로 매끄럽게 보완할 수 있습니다.
Pros. 전통적인 아이패드에서 만나는 합리성
Cons. 이제는 너무나 지겨운 디자인
아직까지 아이패드라는 제품을 써보지 않았고, 내가 과연 아이패드가 필요할까 싶다면? 아이패드 기본형은 아이패드, 나아가 '태블릿의 맛'을 보기 참 좋은 기기입니다.
교육용으로 등장한 아이패드는 널리 확산을 목적으로 태어난 만큼 저렴한 가격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그러면서도 iOS로 다듬어진 사용자 경험은 '잘 만든 태블릿은 이렇다.'는 걸 알려줍니다. 어쩌면 태블릿으로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애플만이 내놓을 수 있는 그런 기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애플펜슬을 지원하면서 아이패드는 이전 보급형 모델과 달리 완전히 다른 차원에 속하게 됐습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손잡이를 쥐었다고 할까요?
보급형인 만큼 분명히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특히 저반사 코팅이라고 하는 라미네이팅 처리의 미지원, 그리고 트루톤 디스플레이 미지원은 상당히 큽니다. 이 두 요소의 장점은 두 요소가 없는 기기를 쓸 때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나쁘진 않지만, 좋지도 않은 스피커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Pros. 웰메이드 태블릿을 이 가격에 파는 애플의 자부심
Cons. 눈이 높아져버리면 고를 수 없는 태블릿
아이패드 미니는 등장과 함께 수많은 팬을 만든 태블릿입니다. 아이패드 미니5가 나오기 전까지, 아이패드 미니 팬은 기존 아이패드를 쥐어뜯으며 견디는 생활을 4년이나 버텼습니다. 그리고 이제, 팬들의 가슴을 저격할 아이패드 미니5가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스마트폰에도 위협받는 7.9인치 디스플레이, 전통적인 폼팩터를 갖췄지만, 이 작은 크기가 갖는 의미는 유효합니다. 아니 오히려 큰 디스플레이 일변도인 시장에서 '작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이 메시지가 먹힌다는 의미에서도 아이패드 미니5는 놀라운 기기입니다. 한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으면서 뛰어난 콘텐츠 소비력을 갖췄다는 점이 아이패드 미니의 장점이죠. 애플펜슬을 지원하면서 쓰임새는 더욱 커졌습니다. 미니답지 않은 강력한 성능도 매력적이고요.
이제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만한 크기다. 화면이 답답하다. 기존 폼팩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품 재활용이다. 생각보다 비싸다. 같은 단점이 있습니다. 이 어정쩡함을 못 견디실 분께 아이패드 미니5는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5는 스마트폰보다 크고, 쾌적하며, 기존의 경험을 그대로 살렸고, 다른 아이패드와 비교하면 가격조차 합리적입니다. 마치 저를 위해 태어난 아이패드 같군요.
Pros. 콘텐츠 소비와 휴대성 사이의 절묘한 조화
Cons. 콘텐츠 생산도 소비도, 가격도 어정쩡한 기기
이번 애플 신제품 발표와 함께 다양한 아이패드의 제품 구성은 4가지로 줄어들었습니다. 기존 애플 제품과 달리 파편화가 이뤄지는 데 우려가 크지만, 대신 더 많은 소비자에게 고유한 장점을 전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시 말해 아이패드라는 기기에 내 생활을 대보기보다, 내 생활에 맞춰 아이패드를 고를 수 있는 환경으로 재편됐다는 소리입니다.
다만, 기존 아이패드가 6년 넘게 같은 디자인을 채택했고, 아이패드 프로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의 적용을 예고한 애플의 움직임을 보면, 제품 구성은 또 다시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제품 구성이 정리된 지금이야 말로, 아이패드를 사기 참 좋은 시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아이패드를 사고 싶으신가요?
"전 아이패드 미니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