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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동자 Jun 27. 2019

작지만 생활을 바꿔줄 기기 : 스마클린 초음파 세정기

삶의 질을 바꾼 100일의 기록

* 얼리어답터에 2018년 11월 27일 발행된 글입니다.


얼마 전 일이 있어 안경점에 들렸을 때, 안경을 닦고 가라며 물을 담아둔 통이 있길래 안경을 넣고 손으로 휘적대다 민망했던 적이 있다. 아니 그게 초음파 세정기인 줄 알았나? 스테인리스 통에 물만 덜렁 담겨있는 줄 알았지. 하고 버튼을 누르자 안경에서 온갖 이물질이 다 튀어나오는 바람에 다시 한번 민망해졌다.


세정을 마치고 안경을 다시 쓰자 한층 밝아진 세상이 보였다. 이야,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구나. 안경을 써서 작아진 눈으로 심봉사의 감동을 잠시 체험해봤다. 이거 좋은데? 그 길로 곧장 집에서 쓸 수 있는 가정용 초음파 세정기를 닥치는 대로 찾았다. 그리고 최후에 간택된 기기가 바로 오늘 소개할 스마클린 되시겠다.



스마클린 초음파 세정기

스마트(Smart) + 클린(Clean)을 합친 이름의 스마클린(SmartClean)은 집에서 쓸 수 있는 초음파 세정기를 표방한 제품이다. 초음파 세정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그릇 안에 물을 담고, 여기에 초음파를 쏴준다. 이 파동은 물 분자를 움직이게 하고, 물 분자가 미세하게 움직이며 물건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해주는 원리다. 쉽고 간단하다.


문제는 가정용으로 쓰기 좋은 물건이 없다는 점이다. 직구까지 고려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안경점에서 봤던 둔탁하고 거대한 물건이거나 틀니나 교정기 정도나 넣을 앙증맞은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디자인이 결코 아름답다곤 못하겠다. 게다가 일부 제품은 분당 진동수가 적어 세정 기능이 떨어진다고도 한다. 그리고 결론은 알다시피 스마클린.


덕분에 제품에 관한 글을 쓰기 전, 이미 구매자로 3개월 가까운 시간을 써본 내공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니 제품의 첫인상 같은 건 집어치우고, 100일을 쓰며 느끼는 스마클린 초음파 세정기의 특징만 짚어보겠다.



1. 디자인 : 그래도 개중에 가장 낫다.

처음 가정용 초음파 세정기를 찾을 때, 이만한 디자인을 찾지 못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집 어딘가에 두려면 일단은 예뻐야 한다.


고심 끝에 도착한 스마클린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만큼 예쁘진 않다. 투박하다. 군데군데 좀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부분이 보인다.



이를테면 뚜껑이 굳이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은 든다. 한 번 스위치를 켜면 제품 보호와 과열을 이유로 5분 동안만 작동한다. 이처럼 너무 오래 하지 말라면서 내부를 보지 못하게 하는 건 무슨 의도인가. 그리고 전원부에는 물을 닿지 않게 하라면서 통을 분리조차 할 수 없게 한 구조도 불만족스럽다. 물을 따라내기 쉽지 않다.


물론 이마저도 못하는 기기가 너무 많아 감지덕지 쓰기로 했다. 적어도 어디 올려놔서 민망한 디자인은 아니니까.


2. 기능 : 만족스럽다.

기능 자체는 크게 어려울 게 없다. 스테인리스 통 안에 물을 넣어주면 된다. 물의 양은 크게 상관없다. 수돗물도, 정수기 물도 상관없다. 기름때를 빼려면 주방 세제 한 방울 정도 넣어줘도 좋다.



이제 물건을 담근다. 일상속 소품 정도는 담을 수 있는 적당한 크기다. 구강용품, 안경, 액세서리 등 넣을 수 있는 건 많다. 추천하고 싶은 건 반지,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와 면도날. 정말 위생관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넣지 말아야 할 물건이 있는데, 전자기기와 선글라스, 손목시계가 대표적인 물건이다. 아무리 방수 씰을 해놔도 초음파의 힘이 씰링을 비집고 들어가 회로를 초토화시킨다. 선글라스는 코팅을 벗겨낸다. 판매처에서도 하지 말라고 하니 절대 따라 하지 말 것. 특히 저기 아이코스(본체) 넣고 계신 분, 그거 빼세요.



분당 4만 회라는데, 정확한 세기가 와 닿진 않는다. 소비자에겐 그저 짜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틈새에서 온갖 이물질이 떨어져 나오는 것만 중요할 뿐. 쓰면 쓸수록 묘한 쾌감이 생기는 기분이다.



3. 가격 : 비싼데 대안이 없네

가격은 솔직히 비싸다. 이리저리 고민해봐도 순전히 디자인 값이다. 초음파 세정기에 뭐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 들어간다고. 맥주 거품 내는 기계에도 초음파가 들어가는 세상이다. 디자인, 그리고 적당한 세척 통 부피를 빼면 딱히 이 제품을 고르진 않았을 것이다.


근데 대안이 딱히 없다. 경쟁 제품은 크기가 더 작거나, 영업용 제품이다. 작으면 쓰임새가 제한적이고, 영업용은 가격이 안드로메다다.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가격을 갖춘 게 많지 않다. 아니, 없다. 직구까지 탈탈 털어보고 나서 하는 얘기다. 방법이 없다. 만약 좀 더 예쁘고 부담 없는 가격의 제품이 등장하면, 냉정하게 말해 스마클린은 가격으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찍 사는 사람만 호구되는 거다. 그저 아직 경쟁자가 없다는 데 앞서 구매한 호구로서 위안삼을 수밖에.



4. 총평 : 역동적으로 개선된 삶의 질

리뷰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지난 주말, 흰소리를 하면서 스마클린으로 안경을 닦았다. 전원이 꺼진 후 안경 전용 천으로 렌즈에 남은 물기를 잘 닦고 안경을 썼다. 세상이 총 천연색으로 보인다. 매주 안경을 닦지만, 매 주가 새롭다. 이어서 액세서리를 닦았다. 사라졌던 광택을 되찾았다. 면도날을 닦았다. 틈새 여기저기 껴 골치 아팠던 이물질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정말 이게 뭐라고...’ 싶은데, 이 청결함을 본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싶다. 그래서 한참을 툴툴거리는 글을 써도, 마지막엔 꼭 이 느낌을 적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싸다고 투덜거릴 거 알지만, 쓰고 난 후에 만족한다면 어찌 됐든 만족스러운 소비가 아닐까 싶다. 주기적으로 닦을 게 있다면, 적어도 후회할 구매는 아니다.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일단 써보면 달라집니다.




후일담

지금은 우려했던 대로 경쟁제품이 많이 나왔다. 가격, 분당 진동수, 물건이 들어갈 공간을 비교해서 취향에 맞는 걸 고르면 된다. 이미 사서 쓰고 있는 나는 고장나기 전까지 계속 쓸 예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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