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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동자 Aug 05. 2019

폼팁까지 사서 껴야만 했냐
: 컴플라이 폼팁 TWS

비싸지만, 한 번 쯤은 경험해봄 직한 사치재

착용감이 큰 문제가 아니었던 시절이 있다. 어렸을 적, 쫄바지 입기 싫다고 옷투정(지금도 쫄바지, 레깅스는 좋아하지 않는다.)한 걸 빼면 지금까지 어떤 옷을 꿰어 입어도 별 생각이 없고, 액세서리도 큰 문제가 없었다. 쉽게 익숙해지고 그게 편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건 어려서 그랬고, 몸을 속이고 있는 중이었음을. 


이를 깨닫는 계기같은 사건이 이어폰 폼팁을 구매하면서 생겼던 일이다. 그 이후로 이어폰 폼팁을 꾸준히 사기 시작했고... 그래 이번에도 샀다. 완전 무선 이어폰 전용으로. 컴플라이 폼팁 for TWS(Comply Foam tip for TWS)다. 


잘못은 

거지같은 BBX에 있어 


블루투스 이어폰 태동기 시절, 제이버드의 블루버드 엑스(Bluebuds X, 이하 BBX)를 만나기 전까진 폼팁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BBX는 아직도 운동용으로 많이 선택받는 이어폰. 내게는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안내자이자, 거지같은 착용감을 자랑하는 이어폰이다.  


당시 착용자들도 비슷한 성토를 했는데, 유닛이 큰 데다가 폼팁이 뻣뻣해서 착용감이 나쁘다는 이야기였다.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에 관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게 바로 컴플라이 폼팁. 부들부들한 폼팁을 더하면 착용감도 향상되고 음질도 나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폼팁을 돈 주고 사다니, 내가 미쳤지'...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이만하면 그냥저냥 쓰겠다 싶었지만, 유선 이어폰에 밀려 손이 가지 않던 BBX를 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던 건지 컴플라이 폼팁을 충동적으로 사버렸다. 


컴플라이 폼팁 

TWS 


착용감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으니, 새로 산 폼팁을 보면서 이야기를 더한다. 컴플라이 폼팁은 겉보기에는 일반 이어폰 팁과 다를 바 없으나 만져보면 푹신한 스폰지를 누르는 느낌이다. 우리가 귀를 틀어막을 때 쓰던 3M 귀마개 생각이 문득 난다. 


한쪽 꿑에는 직접 질감을 느껴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귓구멍(외이도)에 맞게 압축해서 꽂을 수 있으며 귓구멍에 넣으면 자동으로 팽창해 귀를 꽉 채운다. 팽창감이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순 있으나 내게는 큰 문제가 없었다. 별거 아닌 액세서리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제품군이 있는데, 대개는 이어폰 유닛 크기에 따라 분류한다. 커널형 이어폰 유닛에 폼팁을 끼울 수 있는 부분의 크기가 조금씩 다른데, 이를 대응하는 여러 버전이 있다. 컴플라이 홈페이지에서 가이드가 있으니 이를 참고할 것. 


구 TWS버전과 신 TWS 버전

for TWS가 붙은 완전 무선 이어폰 버전은 여기에 폼팁 자체의 크기를 줄였다. 정확히는 높이가 낮아졌는데, 충전 케이스에 넣어 뚜껑을 닫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완전 무선 이어폰 버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욱여 넣거나, 아니면 폼팁을 분리해 넣어야 해 불편했다. 


구 컴플라이 폼팁과 신 컴플라이 폼팁 TWS

완전 무선 이어폰 버전도 자체적으로 개선이 이뤄졌는데, 자브라 엘리트 스포츠를 쓸때만 해도 도넛 모양의 형태 그대로였으나, 다시 만난 컴플라이 폼팁 for TWS는 유닛 앞에 파란색 망을 하나 덧씌웠다. 이물질이 유닛쪽을 들어가는 걸 막는 부분이란다. 


착용감과 

음질


BBX와의 만남 이후 지금까지 이어폰을 쓰면서 컴플라이 폼팁을 꾸준히 써왔다. 이 것만 보면 폼팁의 착용감을 얼마나 만족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앞서 팽창감이 안 맞는 사람이 있겠으나, 이를 빼면 착용감이 꽤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음질도 일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정확히는 차음성이 나아지고, 음색이 살짝 변한다. 음질이 무턱대고 좋아진다기보다는 차음성 강화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로 보는 게 좋겠다. 이마저도 음량이 커지면서 생기는 음성심리학적인 효과일 확률이 높다. 


아무려면 어떠랴. 착용하기 편하고, 음악소리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 


앞으로의 

컴플라이 폼팁 


앞으로의 컴플라이 폼팁은 어떨까? 글쎄, 확신은 없다. 폼팁 자체가 사치재에 가까운 터라 많은 사람이 찾을 만한 소재는 아니며, 이어폰 제조사마다 꽤 괜찮은 만듦새의 폼팁을 내놓기 시작했다.(아니, 사실 BBX 이후 그렇게 심각한 폼팁은 만나본 적이 없다.) 


다른 이어폰 회사와 협업해 번들로 하나둘쯤 넣어주지만, 이게 얼마나 유인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치재라는 게 다 그렇듯 없어도 아쉽진 않은 물건이라 쉽게 권할 만한 성질의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이어폰의 착용감(특히 귓구멍의 통증)이 불만이거나, 차음성이 아쉽다면 선택해봄 직한 액세서리다. 적어도 착용 전후의 분명한 차별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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