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싶은데... 이곳엔 제가 설 자리가 없네요.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by 마음껏 좋아하기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요약하면 '여기서는 더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한국이 싫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 자극적인 제목이 끌려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한국을 떠나 호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특출 난 것도 없는 데다, 유복하지 않은 집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한국에서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꽤나 극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어본다면 주인공이 어떤 심정으로 모국을 버리고 호주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고 90년대생인 나도 공감되었던 부분이 많아 정말 재밌게 읽어 내려갔다.



102p. 한참을 웃고 나서 문득 ‘옛날에도 우리 집에 이렇게 개미가 많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한때 우리 집에서는 쥐가 나왔어. 그런데 쥐가 나오지 않게 됐다고 해서 집의 위생 상태가 나아진 건 아니야. 쥐가 사라지자 바퀴벌레가 들끓었고, 바퀴벌레 다음에는 개미가 나오고, 그랬던 거야. 뭐가 바뀌긴 했는데 나아진 건 아니었어.


구독하는 유튜버가 호주행을 선택했을 때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부럽기도 했다. 호주라는 미지의 장소에서 대학을 다니며 커리어를 새로 시작하는 것. 엄청난 모험이지만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일일 수도 있겠다.


한국을 떠나 호주로 떠나는 게 부럽다고 생각한 이면에는 조금 망해버린 내 삶을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집도 유복하지 않은 데다가 심지어 대기업 타이틀도 없다. 분명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쥐가 사라지자 바퀴벌레가 나타났고, 다음에는 개미가 나오는 걸 보며 나아진 건 아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이 생각이 과연 이 책의 주인공과 나에게 한정된 것일까? 아마도 이 시대를 사는 90년대생이라면 한 번쯤 한국이 싫었을 것이고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사회는 왜 젊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지 못할까? 경쟁이 그렇게 싫다면서 우리는 왜 줄 세우기를 하며 계급을 나누며 사람을 구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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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p.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는 주인공은 어쩌면 영원히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호주행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오랜 연인이었던 지명과의 관계도 뒤로 한채 호주로 완전히 떠나버린다.


그렇다면 주인공의 말처럼 호주에서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에서도 소개한 바와 같이 행복이란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마음을 먹는 것에 반하는 것도 행복과 멀어지는 길이다. 주인공에게는 호주로 떠나는 것이 행복의 씨앗처럼 여겨질 수 있기에 분명 이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전에 돌아볼 것이 있다. 명문대에 나오고 집이 부자여야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주인공은 어디에서든 남과는 비교하며 자신의 행복을 깎아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주인공은 호주 시민권을 따내어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안전한 방어막을 구축한다. 비록 그녀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물질적인 데 치중해있기도 하고, 행복하려고 집착하려는 태도도 있지만 그녀는 오랜 시간의 호주 생활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었다.


이 책을 통해 호주로 이민을 가고 싶진 않았지만 확실한 건 자신의 삶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주인공이 현실에 타협해서 아직도 한국에 머물렀다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 확신했을 것이다. 실제로 행복해질지는 알 수 없지만 호주를 선택한 것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녀의 선택이 행복에 가까운 것이다.


새롭게 시작된 그녀의 두 번째 삶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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