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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May 09. 2020

닫는 글

그렇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마음으로.




 쓸 수록 생생해지던 과거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내가 원하던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있도록.

-


 하루에세이는 내가 어렸을 때 그리고 20대 초반에 겪었던 이런 저런 일들을 회상해나가면서 그 때 내가 겪었던 불합리적인 일들과 트라우마들 그리고 언젠가 느꼈던 슬프고 힘든 감정들에 대한, 어쩌면 짜증섞인 글로 온 힘을 다해 뱉어낸 이야기들 그리고 볼리비아에서 있었던 아주 약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내 삶을 글로 풀어내면서 스스로 다시 그 과거를 인지하고 당시에 하지 못했던 행동을 자책하고 후회했다. 그리고 그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과거의 흔적을 글로 뱉어내면서 생생해진 그 일들을 머릿속에서는 자꾸 지워내고싶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지우려하면 할 수록 그 때의 내 못나고 바보같은 행동들에 대해 자책할 뿐이었다.


나는 2년간 볼리비아에서 살아가면서 나와 전혀 다른 삶에서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그렇게 살아갈 사람들의 헤아릴 수없는 배려와 이해 속에서 오래 전 내 모습을 스스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면서 나를, 내 가족을 그리고 엄마를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있게 되었다. 그래서 볼리비아에서 쓴 마지막 글에서도 하루에세이를 마무리 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담겨있다. 그러나 사실 글을 쓰지 않은 시간동안에 나는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방황했었다. 한국으로 막 들어왔을 땐 많이 밝아진 내 모습에 가족들은 놀라했지만 행복바이러스에 물든 나를 보면서 그들도 행복해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토박이가 만날 때나 헤어질 때나 안아주며 인사를 했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했다.


그리고 두 달 뒤, 한 달 동안 스페인에 가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현실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한 동안 두려움 반 기대감 반이었다. 아니 사실 두려움이 더 컸던 것같다. 그래서 잠시, 내 버킷리스트이기도 했던 스페인으로 도망쳐있었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에게 주는 긴 휴식이라는 명목이었지만 사실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긴 고민의 시간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내가 있을 곳을 고민하며 지내왔다.


그리고, 그렇게 2020년이 되었다. 하루에세이의 마지막 글이 2019년 5월 27일이었는데 딱 1년만에 올리는 첫번째 글이 하루 에세이를 닫는 글이 될줄이야.

어쩌면 더 나은 내 모습을 담고 싶어서 과거를 돌아보고 후회하는 유일한 곳인 이 공간을 완결짓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하길 원하는 사람이었던 나는 이제 취업준비생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게 꽤나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들이라 여전히 과거에 있었던 어떤 일들이 문득문득 떠오르고 그래서 욱하고 우울해지긴 하지만...


그러나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라도 과거의 내 모습이 담긴 이 공간을 완결하고 새롭고 행복한 모습들만 담아보고 싶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하니까.

난 평범하길 원했던 사람이었고 과거에 자꾸만 발목잡혀 살기엔 요즘 내가 너무 여유가 없다, 특히 정신적으로.


2016년부터 하루에세이를 써오면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다만 글을 하나하나 완결지으면서 누군가에게 내 비밀을 말한 것 같아 후련한 마음은 있었다. 그래서 사실은 글을 다듬을 수있을지도 의문이다. 글을 다듬기 위해서는 내 글을 다시 읽어내려가야하는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는 내가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게 될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용기를 가지고 글을 잘 다듬어봐야겠다. 나의 과거를 돌아보며 그 당시 내가 힘들었던 순간이 떠오르고 그 순간에 분노하겠지만 그 때마다 내 감정도 잘 다듬을 수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잘 참아내고 잘 견뎌내고 그렇게, 그렇게 잘 살아가야 하니까.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내 현실은 막막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마음으로 하루에세이를 닫는다.


저 끝에 빛은 보이지만 여전히 어두운 긴 터널을 걷고 있는 나를 위해.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해 반짝 반짝 빛날 미래의 나를 위해서.


2020.05.09

한서.


일출(부제: 볼리비아의 대지, 스페인의 하늘)_한서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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