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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Oct 22. 2016

알면 알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알면 알 수록 별로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알 수록 좋아지는 사람 또한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첫 인상이 좋은 사람은 사람들이 처음 인식한 그 인상 그대로 기억이 된다. 그리고 첫 만남 이후 그 사람과 연락을 지속적으로 할 수가 없다면 그에 대한 환상을 점점 가지게 된다. 나에게 그 사람의 첫 인상이 100이었으니 그 사람의 모든 것이 100일 것이라는, 그런 엄청난 환상 속의 그대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면, 나는 오프라인의 사람들, 즉 내 주변에서 직접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혹여 내 모습을 보이더라도 예쁜 포장지로 포장한 모습만을 상대방이 봤을 뿐이다. 그런 나의 겉 표면만 본 사람들은 첫인상에서 나에 대한 기대감을 엄청나게 높게 측정하곤 했다. 분명 그것은 좋은 일이다. 첫 인상이 좋지 않은 것 보다도 훨씬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부터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면 나는 첫인상에서의 내 모습을 지속하기가 힘들다. 완벽한 모습은 단편적으로만 보일 뿐,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알게되는 사람들은 내가 꽤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심지어 어떤 모습은 허울일 뿐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요즘에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엔 '환상 속의 그대'가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엔 대학을 들어와서 처음 만난 친구들 중 한 명과는 예전보다 더 많이 연락을 하는 계기가 있었고 그 기간을 통해서 그가 나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가지고 있는 그 환상을 지우고 나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고자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내 환상이 너무나도 '신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인간인 내 모습'을 보고 놀라했고 심지어는 실망스러운 표정까지 지어보이는 것이다. 그 때 깨닫게 되었다. 도대체 내가 얼~마~나 미스테리했으면 나를 '완벽한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가있는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 아이는 나를 얼마나 크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리도 실망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을까..하고..

그것에 충격을 받은 나는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면 안되겠구나, 싶어 더 감추고 더 감추려고 노력했었다. 나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면 상대방은 도망가버릴것이 뻔하기에 나는 포장지를 벗기지 않았었다. 누군가에 의해 듬성듬성 벗겨지고 찢어진 포장지 안을 들키게 되었을 때, 그제야 내 모습이 아, 다이아가 아니라는 걸 상대방이 깨달았을 때, 그 때 나를 향하는 그들의 표정과 태도란... 

나는 그것을 마주하기 싫었기 때문에 한겹 더 한겹 더 나를 포장하기 바빴다.


그런데 최근에야 나는 누군가에게로부터 내가 실로, 꽤 좋은 사람이니 자신을 그렇게 숨기기 급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사람은 내가 다이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숨김 없는 내 모습이 더 좋아 보인다는 것을 말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누군가에 의해서 처음으로 그 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있지 않았다는 것, 나 자신을 나 조차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 '진짜' 모습은 내가 봐도 정말 별 것 없다. '척'하는 사람, 그게 나인것만 같아서 그런 내 모습을 미워만하고 예쁘게 포장하기 급급했지, 정작 나 조차도 나를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노력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주위를 둘러봤을 때 알게된 사실 하나, 포장지 안의 내용물을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그리고 굳이 그것을 불투명한 포장지로 싸지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부족한 내 모습을 인정하고, 채워나가고, 불투명한 포장지가 아니라 조금은 내용물이 보이는 포장지로 포장해 보는 것. 그 안을 들여다보고 알면 알 수록 좋아지는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나는 내 포장지를 조금은 투명하게 바꿔보기로 한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내 진짜 모습을 보고 실망하고 심지어 떠나기도 할 것이다. 그 사람들의 환상 속에서 내 모습과 많이 다른 진짜 내 모습을 보게 될테니까. 그러나 나를 위해서라도 차라리 그것이 좋다. 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준 그 누군가처럼 또 다른 누군가도, 내가 알면 알 수록 꽤 괜찮은 사람이 될것임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영원한 환상속의 그대가 되고싶지 않다. 내 진짜 모습이 그들에게 첫인상에서의 100이 되길 그리고 그것이 쭉 이어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인정하기도 해야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만, 내가 누군가의 환상을 깨버릴지언정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알면 알 수록 훨씬 더 나은 사람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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