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친절한 친구가 되어주세요
*이 콘텐츠는 루스 해리스(Russ Harris)의 책 『인생에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때』을 요약한 글입니다.
'당신이 어떤 친구와 여행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정말 거칠고 위험한 여행이죠. 두 사람은 아주 힘들게 다니는 중이고, 온갖 끔찍한 일이 계속 일어납니다. 그 일들 때문에 당신은 이리저리 헤매고, 계속 나아가기 위해 엄청나게 고군분투하는 중입니다. 자, 당신은 함께 여행하는 친구가 어떤 사람이기를 원하나요?'
(친구 1) '아 입 좀 다물어. 그만 좀 징징대. 나는 그런 소리 듣기 싫다고! 약골처럼 구는 건 그만두고 그냥 받아들이고 이겨내라고. 이 겁쟁이야!'
(친구 2)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하지만 이 여행을 우리가 함께하고 있잖아. 내가 도와줄게. 이 여정의 모든 걸음을 너와 함께할 거야'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 어떤 친구인가요? 첫 번째 친구?'
자기 자비란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고통스럽고 상처받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다음 자신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친절과 보살핌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배우면 고통에 대응하고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모든 문제를 훨씬 더 잘 다룰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자비를 과학적인 근거 하나 없는, 별 뜻도 없는 심리학 용어라고 다소 무시하지만 자기자비는 서구 과학의 영역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많은 저명한 과학자가 자기자비의 이점을 연구했고, 자기자비가 불안, 우울증에서부터 슬픔, 트라우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자기자비의 첫번째 방법, 고통 인정하기
현실에 따귀를 맞으면 아픈 게 당연합니다. 우리는 그 고통이 멈추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안타깝게도 고통은 여간해서는 멈추지 않습니다. 고통을 인정한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 얼마나 아픈지 스스로에게 솔직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고통을 곱씹거나 고통 속에 깊이 침잠하거나, 고통을 자기 연민으로 바꾸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친절하고도 솔직한 방식으로 인정하십시오. 마치 고난을 겪고 있는 친구의 고통을 인정하는 것처럼 말이지오.
고통을 말할 때 화법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알다시피 일상에서 우리는 '나는 슬퍼' 또는 '나는 외로워' 또는 '나는 화가 나'처럼 말합니다. 이런 화법은 내가 그 감정 자체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하지만 '나는 슬픔을 의식하고 있어', '여기 외로움이 있어', '나는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있어'라는 식으로 바꿔 말하면 고통을 지나가는 경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그 힘든 감정 자체가 아니라 말이지요.
'나는 두려움을 의식하고 있어' 또는 '여기 불안감이 있어' 같은 이 이상한 화법은 고통을 한 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게 하고,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분리해서 고통에 휩쓸리지 않게 합니다.
'지금 여기' 또는 '이 순간'이라는 용어를 포함해서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생각과 감정은 날씨처럼 계속해서 변합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슬픔을 느낀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자비 분야 세계 최고의 연구원인 크리스틴 네프 교수는 "지금은 고난의 순간이야"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에 주목해보세요. 그리고 그것에 이름을 붙여보십시오. 그런 다음, 아주 천천히, 고요하고, 친절하고, 평화로운 내면의 목소리로 그 감정을 인정해보세요. '나는 ...을 의식하고 있어.', '여기 ...의 감정이 있어' 이제, 잠시 멈추고 천천히 부드럽게 심호흡을 하십시오. 그리고 한번 더 반복해보세요. 아주 천천히, 고요하고, 친절하고, 평화로운 내면의 목소리로 고통을 인정합니다. '나는 ...을 의식하고 있어', '여기 ...의 감정이 있어.'
자기자비의 두번째 방법, 자신에게 친절히 반응하기
고통을 인정했다면 이제 자신에게 친절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크리스틴 네프는 "나를 친절히 대해주세요"라고 말합니다. 라다는 "친절하자"라고 말하고, 나탈리는 "나를 친절히 대해야 해"라고 말합니다. 안토니오는 "나를 좀 살살 다루자"를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자신을 친절히 대하는 두 단계를 연결하면, 앞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 힘든 일이야. 나에게 친절하자.' '나는 비통함을 의식하고 있어. 나를 친절히 대해야겠어.' '지금 슬픔이 느껴져. 나에게 관대해야 해' '지금은 고난의 순간이야. 나에게 친절해야 해.'
이제는 고통스러울 때마다 자신에게 고요하고, 친절하고, 평화로운 내면의 목소리로 이 말을 반복할 차례입니다. 이 과정이 '긍정적인 사고'를 연습하는 것이 아님에 유의하세요. 자기자비의 목적은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다소나마 친절한 말을 해주는 것입니다.
● 친절하게 말하기 연습 ●
이제 집중하고 맑은 정신으로 편안한 자세를 취합니다. 의자에 앉아 있다면 몸을 앞으로 약간 기울이고, 등을 곧게 펴고, 어깨를 떨어뜨리고, 발은 바닥에 부드럽게 올려놓습니다.
이제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을 꺼냅니다. 일어난 일을 떠올리고, 그 일이 내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어떤 힘든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는지 주목합니다.
고요하고 친절한 내면의 목소리로 자신에게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말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렇게 말해봅니다. ‘이건 정말 힘든 일이야. 내게 친절해야 해.’
자, 이제 잠시 멈추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봅니다. 원한다면 심호흡을 합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공기가 폐로 흘러 들어갔다가 나오게 합니다. 그런 다음, 다시 한번, 친절하게 그 말을 반복합니다. 잠시 멈추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봅니다.
원한다면 다시 심호흡을 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따뜻함과 관심, 위로가 스며들도록 그 친절한 말을 반복합니다.
그런 다음, 다시 잠시 멈추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봅니다.
자기자비는 하나의 기술입니다.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연습하면 점점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조금이라도 좋은 느낌을 받았다면 당신만의 친절한 자기 대화를 다양하게 시도해보세요. 가장 깊이 와닿는 문장을 만날 때까지 계속 찾아보세요.
출처 ㅣ 루스 해리스, 『인생에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때』, 우미정 옮김, 티라미수 더북, 2022
이 글을 읽고 저는 제 자신에게 습관처럼 내뱉었던 모진 말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고작 이거 가지고 뭐가 그렇게 힘드니',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제가 충분히 힘들만한 상황에서도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꾸 자신을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과 가장 사이가 먼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부터는 혼잣말을 할 때마다 '미안해, 내가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야', '네가 많이 힘들구나'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다정한 말들을 하고나면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에 받은 상담을 통해 제가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이유가 부모님께 있는 그대로 감정을 받아들여져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들 다하는데 그까짓걸 못해?', '바보야, 저 조그만 강아지가 뭐가 무섭니?' 엄마는 친구들보다 유독 소심하고 조용한 제가 걱정되는 마음에 하신 말씀이었겠지만 그렇게 잘못 표현된 말들은 끊임없이 저를 부족하고 약한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부모와 독립하고부터는 엄마 대신 제가 그 역할을 자처해오고 있는 셈이었지요.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엄마가 원망스러웠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저에게 그렇게 말했을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아이가 다쳤을 때나 놀랐을 때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놀란 아이를 달래기 위한 표현이지만 아이는 저의 말 때문에 본인이 괜찮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저는 제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