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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 Nov 02. 2023

[삶은 인사이트] 최저가 장례식장, 어떠세요?

죽음에도 레벨이 있다면?

요즘 출근할 때마다 내가 유심히 쳐다보는 플래카드가 있다. 거기엔 빨간색으로 '최저가 장례식장'이라고 적혀있다. 장례식장 앞에 ‘최저가’라는 단어가 붙어도 될까? 아침부터 괜히 진지하게 생각에 빠진다. 그러면서 6년 전 엄마를 떠나보낼 때를 떠올린다.

암투병 중이던 엄마는 집 근처 종합병원에 실려 갔고 그곳에서 장례를 치렀다.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하고 수중에 돈도 있었다면 차분히 알아보고 더 괜찮은 장례식장으로 옮겼을지도 모르지만 갓 대학을 졸업한 백수인 나는 엄마의 죽음 앞에 너무 무력했다. 이별의 슬픔과 동시에 엄마의 마지막을 노후한 병원에서 치르게 한다는 죄책감이 컸다.

관도, 유골함도 재료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어떤 사람의 죽음은 기본이고, 어떤 이의 죽음은 프리미엄이었다. 당시 어떤 걸 골랐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비싼 것은 해주지 못 했으니, 지금까지도 마음이 시린 것 같다. 그때 난 막연하게 생각했다. 좋은 직장을 가져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그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겠지. 그땐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출근길 '최저가 장례식장' 플래카드를 보면서 그때 내 생각을 다시 떠올려본다. 비싼 관짝에 들어가고 좋은 재료로 만든 납골함에 들어가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의 마음 위안뿐인 건 아닐까. 유족들의 마음의 위안을 위한 선택이라고 해도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을까. 이 행사의 주인인 고인은 어떤 것을 원할까. 

밤 늦게 차를 타고 가다보면 깜깜한 가운데 환하게 불이 켜진 장례식장을 여럿 마주하게 된다. 그때마다 내가 죽으면 어떤 장례식장에서 마지막을 보내게 될지 생각한다. 내가 최저가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게 된다면 어떨까. 죽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싶지 않아서 멀찍이 두고 잠깐만 생각해 본다. 뭐가 됐든 가족들에게 부담 없이 가는 죽음이 가장 행복할 것 같다. 그것이 설령 최저가 장례식장으로 홍보된 곳이라고 해도. 나를 애도하는 마음이 프리미엄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닿다 보니 저 플래카드가 이제는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저곳에서 장례를 치르는 고인들의 죽음마저 최저가는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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