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첫 날 엄마의 일기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복직했다
오늘은 아이가 태어난 지 238일, 나의 복직 첫날이기도 하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육아휴직을 두 달 남겨둔 채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휴직할 당시에는 아이를 대신 봐줄 사람도 없고 어린이집을 보내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라 사실 복직을 반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딸 100일 떡을 돌리다가 우연히 옆집에 어린이집 원장님과 연이 닿아 그분께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약속이 되었다. 그렇게 난항을 겪을 줄 알았던 나의 복직은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나는 회사에 가고 싶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욕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업무 스트레스로 공황을 앓았던 회사에 다시 돌아가는 것, 이제 난 엄마니까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잘 해내야만 하는데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이유식을 만들고 12시에 겨우 잠에 들었는데 초조한지 새벽 3시, 4시 자꾸 잠에서 깼다. 그럼에도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나는 문을 나섰다. 돈보다 일이 좋아 일하던 내가 이젠 돈을 보고 일을 한다니, 거참 웃기는 일이다.
어린이집에서 12시간
아이는 복직 전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두달 간 어린이집 적응기를 가졌다. 다행히도 아이는 낯을 가리지 않고 꽤나 활발해서 친구들, 선생님이 있는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등원해서 두 팔 벌려 선생님(옆집 원장님)께 안겼다. 예정대로라면 복직 첫날인 오늘부터 딸은 아침 7시 40분에 등원해서 엄마 아빠가 퇴근하는 저녁 7시 20분쯤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로 동생이 아이를 봐줄 수 있어 4시에 하원을 시키고 지금 놀아주고 있다. 동생 말에 따르면 '왜 이모가 나를 혼자 데리러 오지?'라는 표정이란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선생님과 애착을 잘 형성하고 지내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런 말들도 엄마로서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또 긴 시간 양육하는 것보다 짧아도 양질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워킹맘들의 마음을 다독이지만 난 아이의 한번뿐인 시간을 놓친다는 것이 참 아쉽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인데, 결국 사랑을 포기하게 되는 꼴이니. 생각은 겉잡을 수 없이 이어진다. 회사를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소박한 월급이지만 회사 밖으로 나오면 이 돈을 내가 어디서 어떻게 벌어야 할까? 걱정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직장?
아직 길을 정하지 못한 사회 초년생에게 진로를 선택할 때 여자는 아이 낳아서 키우기 좋은 회사에 가야한다다고 많이들 이야기 한다. 나 역시 그런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당시엔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중학생 때부터 가슴에 품은 꿈을 결혼을 할 지도, 아이를 낳을 지도 미지수인 상황에서 고려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어르신들의 말을 새겨듣고 육아휴직으로 3년을 쉴 수 있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또 다시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우리 엄마가 소중하게 키워낸 나, 나도, 나의 꿈도 몹시 소중하기에.
일과 육아의 밸런스를 잡아야 할 때
돈은 벌어야 하는 상황과 아이와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 이 두가지를 다 충족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는 것이 현실적인 답인 것 같다. 어떤 길을 펼칠지 조금씩 그림을 그리고 있고 올해가 가기 전에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지나치게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 앞에 나의 이상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지.
▲고장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0이던 갤럭시 워치 스트레스 지수 측정기능이 최대치를 찍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