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간호사 한번 해보는 거 어때?

더 나은 삶을 향한 결심

by writingsean

우리는 왜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을까?

이야기에 앞서 우리가 어떻게 호주행을 결심하게 됐는지부터 시작해야겠다.

이 사건의 발단은 작년 여름이었다.


일요일 오후, 우리는 1박 2일 속초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늦게 출발해서 그런지 고속도로는 차로 가득했다.

조수석에서 아내는 네이버에 올라온 소식 하나를 얘기했다.

"여보, 살기 좋은 나라 1위가 호주래!"


사실 이날 아침,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호주에 대한 소식을 접했었다.

바로 호주 간호사 시급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 소식을 얘기하며 아내에게 물었다.

"호주 간호사 한번 해보는 거 어때?"




호주 간호사가 되라고?

아내는 간호 일을 좋아한다.

호주행이 좌절된 후, 한 번은 이런 질문을 한 적 있다.

"1,000억 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아?"

아내는 영어를 완벽하게 만든 다음 호주로 가서 간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에게 간호 일이란 경제적 보상을 넘어 자아실현에 가까운, 그런 건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아내는 간호 일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내도 알고 있었다.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고된 업무 일정을.

3교대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아내는 업무 일정이 매월 불규칙적으로 변했고,

업무 일정 또한 강도가 높았다

(밤샘 근무 후 하루 쉬고 바로 다음날 아침 근무를 나가는 일도 잦았다. 일명 나오데)




간호사와 육아

우리 부부는 아이를 원했다.

우리 둘 다 아이를 좋아하고 또 되도록이면 빨리 아이를 갖길 원했다.

그러나 아내는 한 가지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아이를 갖고 키우면서 또 간호 일도 잘할 수 있을까?


나 또한 아내가 간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아이와 아내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더 정확히는 아내가 아이를 밴 채고 밤샘 근무를 할 수도 있는 현실 자체가 싫었다.

3교대 간호 일을 하면서 임신 계획을 갖는 것에 대해선 서로 의견을 좁히진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호주 간호사는 달라 보였다.

일과 육아가 양립 가능해 보였다.

사회적 분위기 또한 간호사를 전문 직업인이자 의료인으로 존중해 주는 것 같았다.

아내는 호주 간호사가 되는 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엄마와 간호사.

2가지 꿈을 모두 이루기 위해.




근데 남편은 뭐 하려고?

나도 나름 내 직업에 대해 몰입해서 일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꼭 이 일 해야 한다는 건 없다.

아직은 20대라 그런가 그냥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인드.

호주에 가서 바리스타를 하든, 아님 다른 사무직을 하든.

나는 그냥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도전정신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호주에 가자고 할 때 내가 뭘 할 지에 대해선 별 고민을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경력을 호주에서 살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되지 않더라도 다른 일로도 먹고 살 정도는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내는 호주에서 간호사를 한다면, 나는 그냥 뭐든 한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나갈 수 있을까

얘기하는 내내 계속해서 호주 간호사 현실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봤다.

찾아본 결과 이민 자체에 대한 단점은 얘기하는 이들이 있어도

호주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후기는 단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사실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만 봤을 땐 능력만 된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내는 아주 현실적인 걱정을 얘기했다.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도전

막상 나가기로 결심한다면 가족과의 이별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영원한 이별은 아닐지라도 보고 싶을 때 보기가 어려워질 거고,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영원한 이별을 지나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 그리울 부모님을 생각해 도전을 포기해야 하는가

나는 아내에게 되물었다.

"그럼 우린 언제 도전할 수 있을까?"


해외로 나가면, 부모님이 많이 그리울 것이다.

그 그리움이 걱정되어 원하는 도전을 미뤄야 할 것 같다.

근데 언제까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걱정돼서 도전을 미룬다면,

결국 우린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기다리는 꼴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내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곤 아내가 말했다.

"엄마 아빠도, 내가 엄마 아빠 때문에 도전을 포기하는 걸 원하진 않을 것 같아"




도착과 함께 우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일단 준비해 본다.

1살이라도 어릴 때 빠르게 호주로 간다.

호주 정착할 수 있다면 빠르게 정착한다.

실패하면 한국으로 돌아온다.

설령 실패해서 한국으로 돌아와도 서른이다.

어디든 정착한 후에 아이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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