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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외로움에 대하여

by 강성웅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2005년에서 2008년 사이의 겨울.. 내 생일 즈음일 거야.. 친구야...

나는 알다시피 그때 어쩌다 보니 유학생이었고,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신기해하는 러시아에 살고 있었다. 진짜 칼바람이라는 걸 알게 된 그때... 네가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만.. 내 생일 즈음에 난 돈이 많이 없었다.

그때 당시 타원형의 큰 빵(러시아어로는 바똔이라고 부르고.. 너는 똥빵이라고 부르던) 12 루블 (당시 환율로 480원 정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샤워크림이라고 부르는 '스메타나'가 500ml에 40 루블 (당시 환율로 1600원 정도)를 사서 하루 종일을 버티며 집에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집에만 있다가... 그러다가 너무 추운 날... 집에 있는 에어컨을 난방모드로 해서 30도로 틀었는데 찬 바람이 나오던 그 날.. 갑자기 너무 피클이 먹고 싶은 거야.. 그래서 난 있는 돈을 일단 다 싸들고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슈퍼를 가기 위해 털모자를 쓰고 털코트를 입고 나왔는데... (만주 벌판 개장수 패션이었네...) 아파트 현관의 철문을 여는 순간, 불어온 바람이 내 뺨을 스쳤는데 뺨에서 피가 났어.. (이 이야기는 내가 너한테 몇 번을 했는데 넌 믿지 않지) 피는 피고.. 난 피클이 먹고 싶어서 슈퍼를 갔다.. 러시아 사람들이 만들어 파는 피클은 뭔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해서 슈퍼에서 메이커 피클인 '하인즈' 피클을 샀고... 그건 300g밖에 안 되는 것이 250 루블이나 했지... 그걸 사서 마치 피천득 님의 수필 '은전 한 닢'에 그 비렁뱅이(?)처럼 세상 그보다 소중한 건 없는 것처럼 가슴에 꼬옥 품고 집에 왔어..

그리고 그날은 빵과 스메타나 그리고 피클을 먹었단다, 친구야.

그리고 난 새벽부터 열이 펄펄 끓고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하게 되었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이피클과 유제품은 상극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복통과 고열을 유발한다고 하더라, 친구야.

먹고 싶은 걸 먹었는데.. 그걸 바로 위아래로 내보내버리는 날 상상.... 하지 마라, 친구야.. 미안... 암튼 너무너무 아팠어...

그렇게 몇 시간을 화장실과 침대를 왔다 갔다 하다가 너무 아프고 지쳐 쓰러졌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고향의 봄을 부르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어이없지? 난 태어나서 쭉 서울에서 살던 도시 아이였는데 말이야... 그 순간 나에게 내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었던 거야, 친구야.

아니, 아마도 난 우리나라의 봄을 그리워했는지도 몰라.. 너무 추웠고 너무 아팠고.. 너무 외로웠다.

내가 외롭다는 말 처음 하지? 이제 내가 왜 외롭다는 말을 안 하는 줄 알겠니? 난 한번 진하게 외로워봤거든... 그래서 그만큼 외롭지 않으면 그냥 심심한 거야.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글쎄.. 오늘은 너한테 나를 좀 더 알려주고 싶었다고 생각해주라.

그럼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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