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의 목표, 나의 꿈
일단 어디 마땅히 갈 곳이 없어요. 난 그 말을 하고 싶었다. 그 말이 사실이니까. 내 나이에 내 경력에는 어디 갈 곳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난 그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건 내 자존심을, 내가 사는 힘, 나를 지탱하는 힘을 부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니까.
자존심을 세울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을 거다. 하지만 난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하기 위해 지금은 저 말을 하지 않는 걸로 오늘, 조금 전에 내 자존심을 세웠다. 정말 돈 한 푼도 안 되는 자존심을.
지금 다니는 회사를 다닌 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정말 웃기게도 역대 최고로 오래 다닌 회사가 되고 있다. 내가 이 일을 잘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하고는 있다. 하다 보니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거 같아서, 아무것도 아니라면 바로 그만 둘 거 같아서 목표를 세웠다. 처음 세웠던 목표 : 혼자 하기. 사실 이 목표는 입사가 결정되고, 일정 기간만 지나면 달성이 되는 목표였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버티지 못하고 포기할 거 같은 시기가 있었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 목표 : 모든 부문 다 진행할 수 있도록 되기. 이 목표도 어떻게 보면 첫 번째 목표를 이루고,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는 거였지만 역시 내가 버티지 못할까 봐 세웠던 목표였다. 그리고 근래에 세운 세 번째 목표는 인센티브가 주를 이루는 내 월급여 세전 금액을 일정액 이상으로 만들기. 이건 정말 내 노력이 필요한 첫 목표다. 그래서 노력을 했고, 또 노력을 했다. 나의 게으름과 싸웠고, 내 건강을 지켰다. 그래서 이제 근접한 것 같다. 다음 달이면 이 목표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꼭 이룰 거다.
이제 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 직장에서 또 어떤 목표를 세울 수 있을까 생각 중이다. 승진? 이 회사에서 승진이라는 개념은 어울리지 않는다.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울리지 않는다. 목표 월급여 세전 금액을 더 올려 잡기? 그건 현실성이 없어진다. 내 몸이 정말 더 상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선택을 해야 한다. 존재하는 승진의 길을 목표로 하고 해보느냐 아니면 이 자리에서 정말 진정한 베테랑(?)이 될 때까지 버티고 버티느냐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뭐가 나에게 어울리는지, 뭐가 나에게 이룰 수 있는 목표인지는 모르겠다. 뜬구름을 잡기에는 난 이제 어리지 않고, 그래서 그만큼의 치기도 없다. 더 이상은 꿈을 꿀 수는 없다는 거다. 꿈은 바꾸면 된다. 그렇게 난 현실에 타협하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아쉽다. 하지만 이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