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나를 설명하는 세 가지 단어
'SNS에서 나를 표현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꼽아보시오.'
마치 면접장에 앉은 듯한 기분이 드는 이 질문. 그 앞에서 나는 잠시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라니. 그것도 세 가지나?
일단, 있는 것 없는 것, 싹싹 긁어모아 나열해 보기로 했다. 고민의 시간이 꽤나 필요했지만, 나를 설명하는 단어들을 하나씩 꺼내 보니, 흐릿했던 내 정체성의 윤곽이 비로소 선명해지는 기분도 든다.
그렇게 꺼내 본, 나를 이루는 세 가지 단어.
함께 구경해 보실라우?
첫 번째 나의 정체성은 '라이프로거'다.
쉽게 말해, 기록을 재료로 삼아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사람이란 뜻.
나는 내 일상과 사유를 엮어 콘텐츠라는 집을 짓고 있다. 하지만 이 콘텐츠가 단순한 기록에 머무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인생, 커리어, 건강, 관계 등 우리 모두가 짊어지고 있는 보편적인 고민들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해 타인에게 가닿게 하고 싶다.
그 도구는 찰나의 미학을 담은 사진일 수도 있고,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활자일 수도 있다. 언젠가는 내 목소리의 결을 담은 오디오 콘텐츠도 만들어보겠다는 그런 야심찬 포부도 있다.
표현의 형식이 무엇이든 본질은 하나다. 남들이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포착해 내는 것.
나만의 시선을 가진 기록자. 기록하지 않으면 휘발되는 일상을 붙잡아 두는 것. 그건 내가 내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배우 박정민의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읽다가 무릎을 탁 친 문장이 있었다.
"또 성장했다. 성장해버렸다. 성장쟁이다.
이놈의 성장판은 대체 언제 닫히려는지."
그렇다. 그 문장에 나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나 역시도 신체적인 성장판은 닫힌 지 오래지만, 내 내면의 성장판은 여전히 욱신거리며 자라는 중이다. 나는 쭉쭉 하루가 다르게 뻗어 나가는, 그런 키 큰 나무는 아닐지 모르지만, 어제보다 손톱만큼이라도 더 나아지려 애쓰는 과정, 무언가를 배우며 깨치는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아직 반의 반도 못 해봤는데. 이걸 다 못해보고 죽으면 억울해서 눈도 못 감을 것 같기도 하다. 호기심에 이것저것 일을 벌이다가 늘 다리가 찢어지고 마는 뱁새가 되지만, 중심만 잘 잡는다면야. 이런 성장통 쯤은 즐거운 비명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 '솔직 담백'이다. 나는 관계에서도, 글에서도, 구질구질한 군더더기를 딱 질색한다. 화려한 포장지보다는 알맹이가 단단한 사람, 꾸밈없이 신뢰를 주는 사람을 지향한다.
물론 나 역시도 다정하고 친근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없는 텐션을 억지로 끌어올려 호들갑을 떨거나, 과장된 제스처로 사람을 대하는 건 내 체질이 아니다. 겉으로는 조금 투박하고 무뚝뚝해 보일지라도, 나는 언제나 본질에 가까운 솔직함을 택하려 한다.
말만 번지르르한 것보다는 침묵 속에 깃든 진심이 좋다. 말수는 적어도 생각이 깊은 사람,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나는 사람. 솔직 담백을 추구한다는 건, 결국 '나다움'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같다.
세 가지 키워드를 나란히 놓고 보니 하나의 문장이 완성된다.
"기록하는 삶(라이프로거)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성장쟁이)
그 과정을 군더더기 없이(솔직 담백) 보여주는 사람"
이제 내가 브런치와 SNS라는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명확해졌다. 호들갑 떨지 않고, 묵묵하게.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나침반 삼아 오늘도 부지런히 쓰고, 찍고,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