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대신 반려통증과 함께 삽니다.

40대 중년 여성의 신체 기록부

by 라이팅유주

40대 중반을 넘어서니 나에게도 자연스레 '반려 통증'이란 것이 생겼다. 세상엔 반려동물, 반려식물, 반려가전, 심지어 반려AI까지... 좋은 '반려'들도 많던데, 왜 하필 나에겐 '반려 통증'일까.


특별한 병명이 있는 것도, 딱히 꼬집을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온몸이 뻐근하고 아프다. 굳이 증상을 설명하자면 밤새 누군가 나를 흠씬 두들겨 패고 간 느낌이랄까. 깨어 보면 몸엔 멍 하나 없는데, 묵직한 고통만 고스란히 남아있는, 딱 그런 기분이다. 주로 날씨가 궂거나 그분이 오시는 날, 생리 기간이 되면 이 통증은 더 기세등등해지곤 한다.


멋도 모르는 누군가는 내게 "운동이라도 좀 해보라"며 조언을 건넨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보통 아직 이 시기를 겪어본 적 없는 섣부르고 경솔한 인생 후배거나, 아니면 남자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나도 나름 억울하다. 이건 운동 부족으로 생기는 게으름의 증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무너지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나 역시도 나름 치열하게 운동이란 걸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제는 또 어김없이 생리가 시작됐다. 한때는 칼 같은 정확한 주기를 자랑하던 나였는데, 요즘은 어째 그 간격이 점점 짧아지는 느낌이다. 이제 아이를 낳을 일도 없는데 이 귀찮은 의례를 좀 끝내면 안 되나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완경 후에 닥쳐올 어마무시한 변화를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폭삭 늙는다고. 그것도 아주 급격하게!!!


그래서일까. 귀찮다 투덜대면서도 나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부여잡는 심정으로 이마저도 감사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직은 내 몸이 젊음을 붙들고 있다는 마지막 신호 같아서 말이다.


요즘 또래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면, 대화 흐름이 늘 기승전 '몸'으로 귀결된다. 어느 병원이 용한지, 내가 어디가 아픈지, 혹은 부모님이 편찮으신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대화 주제로 오른다. 그다음 이어지는 레퍼토리는 돈 걱정, 아이들 교육 걱정... 에휴, 우리네 인생의 중반부는 다들 이런 모양새로 흘러가는 것인가.


어떤 글쓰기 강사가 그랬다. 아침엔 이렇게 축축 처지는 글 말고, 독자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하지만 역시나 나는 강사의 말을 지질이도 안 듣는 청개구리인가 보다. 아픈 걸 아프다고 쓰지, 그럼 뭐라 쓴단 말인가.


도대체 왜 이렇게 이유 없이 아픈 건지 궁금해서 AI에게 물어보았다. 녀석의 답변은 꽤나 사무적이고 정확했다. 40대 이후 나타나는 이런 통증은 노화, 호르몬 변화(에스트로겐 감소), 그리고 수면 문제가 겹쳐서 생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란다. 에스트로겐이라는 천연 진통제가 줄어드니 몸은 더 예민해지고, 잠의 질이 떨어지니 회복은 더디고. 뭐 그런 거라고.


결국 이 통증은 내 몸이 다음 챕터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뜻이다. 거부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변화라니. 아놔, 결국은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거라면, 즐기지는 못해도 견뎌는 봐야겠다. 혹여라도 이 현실적인 반려통증 에세이로 인해 주말 아침부터 기분이 처지셨다면 독자 여러분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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