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은 있는데 감동은 없다.

잘 만든 AI 영상보다, 엉성한 당신의 기록이 더 좋은 이유.

by 라이팅유주

달력의 마지막 장, 12월의 첫날이다. 으레 이런 날이면 연말의 비장한 다짐이나, 다가올 새해의 계획 같은 것을 글감으로 삼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지만, 그런 뻔한 전개는 쓰는 나부터가 재미없으니 과감히 패스하기로 하고.


대신 오늘 아침, 내 머릿속을 맴돌던 조금은 삐딱한 단상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바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화면 속 온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스레드(Threads)라는 공간을 꽤 애정했다. 물론 그건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긴 하다. 그곳을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스레드 특유의 담백함 때문이었다. 화려한 사진이나 자극적인 영상 없이, 오로지 텍스트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 고요한 활자의 질감이 좋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내 알고리즘이 꼬인 것인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이 급변한 것인지, 내 타임라인의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텍스트가 있던 자리를 영상들이 하나 둘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사람이 직접 찍은 영상이 아닌, AI가 생성한 영상들이 말이다.


기술의 발전은 실로 놀랍기만 하다. 프롬프트 몇 줄로 생성된 영상은 실사보다 더 실감 나고, 움직임 또한 기가 막힐 정도로 자연스럽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 화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는게 다반사. (그러면서 더더욱 내 알고리즘은 망가져가고 ㅎㅎ)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분명 감탄은 나오는데, 이상하게 감동이 없다. 화려하고 매끈한데 어딘가 공허하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고퀄리티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건 생성형 AI의 축복받은 장점이지만, 너도나도 비슷한 톤으로 완벽한 영상들을 쏟아내니 오히려 사람냄새가 그립다는 역설적인 감정이 피어오른다.


초점이 살짝 나가 흔들리는 영상, 그저 투박하기만한 사진, 다듬어지지 않아 엉성하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글... 오히려 그런 불완전한 것들이 미치도록 그리워지는 아이러니랄까. 디지털이 정점에 다다를수록, 나의 아날로그 회귀 본능이 더욱 꿈틀댄다.


똑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해 뽑아낸, 누가 누군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 AI 프로필 사진들. 같은 곳에서 찍어낸 듯 매끈하기만한 AI 썸네일들. 이 완벽함의 과잉이 주는 피로감이 생각보다 상당하다.


진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뭘까. 오차 없는 데이터일까. 매끈한 가짜보다는, 조금 거칠더라도 투박한 진짜가 결국은 마음을 울리는 법인데.


내 손때 묻은 글과 사진의 가치를 좀 더 믿어주고 싶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