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귀신같이 압니다.

이게 억지로 쓴 글인지 아닌지.

by 라이팅유주

글에는 참 묘한 구석이 있다. 그저 검정 활자의 나열일 뿐인데, 생각보다 훨씬 투명하다.


신기하게도 그 안에는 글쓴이의 여러가지가 묻어난다. 겉으로 드러난 문장의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행간에 숨겨진 의도, 심지어 글을 쓸 당시의 작가의 기분과 에너지, 미묘한 마음의 상태까지 고스란히 투영되곤 한다.


나는 대단한 다독가는 아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타인의 세계를 읽다 보니, 어느새 활자 너머의 기운을 감지하는 일종의 잡기(?)가 생겼다.


최근 지인들의 글 중에 유독 마음에 밟히는 글이 몇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문장은 매끄러운데, 읽고 있으니 어딘가 버거운 기분. 무언가 의무감에 쫓겨 급하게 쏟아낸 느낌이 들었고, 마치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몇 개나 차고 억지로 달리는 듯, 글쓴이의 고된 호흡이 느껴지는 그런 글도 있었다.


물론 나도 잘 안다. 사람이, 특히 직업인으로서의 작가가 매 순간 신이 나서 글을 쓸 수는 없다는 것 쯤은 말이다. 마감이라는 괴물은 늘 내 뒤에서 입을 벌리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고.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 선택해서 쓰는 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스스로 짊어진 의무감으로 쓴 글은, 그 피로감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 독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민한 센서를 가지고 있다. 작가가 지루해하며 쓴 문장을 독자가 흥미롭게 읽을 리 만무하다.


글쓴이가 신명나서 쓴 글은 글을 쓰는 순간부터 다르다. 그런 글을 쓸 때면 키보드 위의 손가락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자판 위를 미끄러지듯 춤을 추고,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문장들 사이에는 경쾌한 리듬까지 실린다.


우리는 흔히 '꾸준함'을 미덕으로 삼는다. 하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꾸준함조차 '즐거움'이라는 연료가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재미도 잃고 의미도 잊은 채 꾸역꾸역 채워 넣은 활자들. 스스로도 재미없는 그 이야기가 과연 타인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재간은 없다.


오늘의 이 글은 화면 너머의 당신, 그리고 무엇보다 매너리즘을 경계해야 할 나 자신에게 던지는 돌직구이다.


우리, 글쓰기를 숙제하듯, 노동하듯 하지 말자.

뭐든 재밌게 하자.

솔직한 즐거움만이 타인의 마음을 두드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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