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안 되는 SNS를 30년이나 해버렸다.
"아니, 넌 돈도 안 되는 SNS를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거야?"
가끔 지인들로부터 이런 뼈 때리는 질문을 받는다. 어라, 그러고 보니 어버버. 뭐라 반박하기가 참 힘들다. 때로는 잠자는 것도 잊은 채, 뻐근한 허리를 두드려가며 열과 성을 다해 콘텐츠를 올리는데, 정작 그 이유를 대차게 설명하지 못한다니.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SNS는 돈이 안 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당장' 현금이 꽂히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나는 돈 냄새 풍기는 방식으로 SNS를 운영하는 걸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시간 대비 효율로 따지면 이만큼 가성비 꽝인 취미도 없다. 적고 보니 좀 분한데? 나 이거 진짜 왜 하고 있는 거지?
이쯤에서 내 SNS 역사를 복기하며 그 의미를 짚어봐야겠다 싶었다. 남들 눈엔 플랫폼 유목민의 정처 없는 방랑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는 이 공간을 가꾸는 시간이 전혀 헛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곳에 차곡차곡 쌓아온 기록은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선명하게 알려주었고, 흩어진 생각을 다시 정렬해주었다.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진심을 글로 붙잡기도 했고, 세상에 나 혼자라고 느낄 때 누군가의 문장이 나를 건져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단단한 연대를 수없이 경험했다.
나의 로그인 역사는 무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잡지 뒷면의 낯선 주소에 설레며 꾹꾹 눌러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던 펜팔 시절부터, 01410 접속음이 고막을 긁던 PC통신, 도토리를 모아 미니홈피를 꾸미던 싸이월드, 그리고 지금의 블로그와 스레드까지. 돌이켜보면 나는 평생을 어딘가에 로그인 된 상태로 살아왔다.
누군가는 플랫폼의 유행을 쫓는 나를 보며 '참 부지런도 하다'며 혀를 내두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30년 넘게 이 짓(?)을 해보니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플랫폼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란 걸.
편지지가 스마트폰 화면으로 바뀌고 손글씨가 데이터로 치환되었을 뿐, 그 본질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것은 바로 다양한 세계와 연결되고 싶다는 갈망,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존재 증명이 아닐까.
사람들은 말한다. SNS는 그저 피로와 과시의 공간이라고. 나 역시 인스타그램의 화려함 뒤에서 공허함을 느꼈고, X(트위터)의 날 선 문장들 사이에서 기가 빨려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삭막한 알고리즘의 틈바구니에서도 기어코 사람 냄새를 찾아내는 이들이 있다. 모르는 이의 글에 진심 어린 응원을 남기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뜨겁게 연대하며, 기록을 통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 애쓰는 사람들. 내가 가성비 꽝인 이 짓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산전수전 다 겪은 40대 언니의 SNS 생존기이자, 플랫폼에 속지 않고 본질을 꿰뚫는 통찰에 관한 이야기다. 청소년기 10대 후반의 설렘부터 원숙한 40대의 무게를 관통하기까지, 내 삶의 궤적을 지켜준 것은 어떤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매일 써 내려간 사소한 기록들이었다.
이 시리즈에서 나는 SNS를 잘하는 법 따위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것저것 다 해본 플랫폼 유목민으로서 내게 남은 진짜 엣센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왜 유행을 좇을수록 지치고, 본인만의 속도로 갈수록 오래 진득하니 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이 온라인 망망대해에서 조난당하지 않고 길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유행은 지나가고 플랫폼은 사라져도 당신의 기록은 자산으로 남는다. 30년 구력의 언니가 장담한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지치지 말고, 다시 로그인해보자. 그 안에는 여전히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따뜻한 연결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자, 이제 내 오래된 펜팔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