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딱 1년만 쉬어볼 심산이었다. 견고했지만 그래서 더 갑갑했던 '일터'라는 울타리를 잠시 벗어나, 그 바깥에 펼쳐진 세상을 마음껏 탐색하고 싶었다. 그랬던 휴식의 시간이 어느덧 1년을 훌쩍 지나 몇 개월을 더 넘어가고 있었다.
2025년 한 해는 참 부지런히도 움직였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커뮤니티의 문도 두드렸으며, SNS라는 광활한 바다에 기어코 내 자리를 만들어보겠다며 여기저기 참 많이도 깔짝거렸다.
처음엔 시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매일 아침 정해진 목적지로 향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그건 나에게 크나큰 축복인 동시에, 예상치 못한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정확히 1년이 지나자 신기하게도 몸과 마음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던 풍선에서 흐물흐물 바람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랄까. 나태해진 스스로를 부정할 수 없었고, 몸 여기저기가 이유 없이 아파왔다.
온라인 세계는 끝없이 넓어 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만 머물다 보니 오히려 나의 시야가 더 좁아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타인과 부딪히고 협업할 일이 줄어들며 어째 사회성도 무뎌지는 것 같고. 이제 슬슬 사회로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설계한 대로 사는 자유로움도 좋았지만, 나는 여전히 세상 속에서 유효한 나의 쓸모를 확인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결국 새로운 달, 4월의 시작과 함께 다시 출근을 결정했다.
내일이 바로 그 대망의 첫날. 평소 20분이면 충분할 거리가 출퇴근 정체 시간엔 1시간 거리로 늘어나는 매직. 이건 차차 방도를 찾아봐야겠다.
전업과 워킹맘, 두 삶을 모두 살아보니 정말 어느 것 하나만 딱 집어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장단점이 명확하다. 전업일 때는 워킹맘의 생동감이 부럽고, 일터에 나가면 전업맘의 여유로운 오후가 그저 마냥 편해 보이고. 역시, 사람은 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더 큰 갈증을 느끼나 보다.
어찌 됐든 나는 이제 일을 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퇴사를 한다고 해서 삶의 모든 에너지를 이루고자 하는 바에 전력투구하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한다고 해서 소중한 무언가를 반드시 놓치는 것도 아니더라.
오히려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가 주는 적당한 긴장감이 내 삶의 텐션을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조만간 곧 힘들다고 투덜대겠지만 말이다.)
당분간은 삶의 온도를 한껏 올려볼 생각이다. 해도 해도 티도 안 나고 보람을 찾기 어려웠던 집안일은 적당히 흐린 눈으로 넘길 예정. 남편과 딸이 눈치껏 협조해 줬으면 좋겠지만, 실망하지 않기 위해 지레 그 기대조차 내려놓기로 했다. 기대를 말아야 실망도 없지.
마침, 라디오에서 이한철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아. 이 노래의 제목은 '괜찮아 잘 될 거야'가 아니라 '슈퍼스타'라고 한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회로 다시 뛰어든 나 자신의 건투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