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로 돌아가기 3일 전

어차피 일은 닥치면 하게 되어 있고, 집안은 다시 또 어질러진다.

by 라이팅유주

3월은 내내 달뜬 상태였다.

좀처럼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진정이 되지 않아, 무엇 하나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상태.


그럴수록 나는 SNS 하는 시간을 줄이고 책 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대신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도 더 자주 가졌다. 가끔은 타인과 주고받는 안부보다 AI와 나누는 명료한 대화가 더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제 다시 '일터'라는 궤도로 진입할 시간이 다가왔다. 텅 빈 우주를 유영하던 자유로운 영혼에게 다시금 중력이 부여되는 셈이다.


여러 가지 신상의 변화를 앞두고 이런저런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마흔이 훌쩍 넘어버린 나는 이제 잘 안다.


일은 어떻게든 잘 해나갈 것이고 (막상 부딪쳐 보면 늘 별거 아니었고, 나에겐 그걸 헤쳐나갈 무언가가 내재해 있더라), 가족들 또한 내 빈자리를 무사히 잘 메꿔줄 것이라 믿는다. 물론 여기엔 일종의 체념이 섞였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던 자유인의 신분이 (하지만 조금은 텐션이 떨어지고 늘어졌던 삶이) 이제 딱 3일 남았다.


남은 3일 동안 무얼 하면 좋을까?

SNS는 확실히 아니니 당장 제끼고.

나의 손길이 덜 가도 되도록 가정을 미리 좀 정돈해 놓을까?

아님 봄꽃 나들이? 책 실컷 읽기?


근데 생각해 보면 이런 건 일을 하면서도 주말이나 저녁에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저 몸이 좀 더 고단해질 뿐,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란 얘기.


훗날의 내가 이 시간을 얼마나 그리워할지 너무도 잘 알기에, 그래서 남은 하루하루가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그래. 결국 내가 가장 그리워할 것은 깨끗한 거실이나 만개한 꽃이 아니라, 마음 놓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이 사치스러운 여백이 아니겠는가. 일단 남은 사흘은 가장 가치 있는 여백들로 채워봐야 겠다.


선물처럼 주어진 이 고요한 부유함,

참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역시 사람은 결핍을 통해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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