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가?
지난 글에서 우리는 권력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권력이 존재하는 방식이 치자와 피치자들 사이의 이익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그와 동시에 이익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해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죠. 오늘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권력이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를 살펴볼 것입니다. 단순히 능력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차원을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갑자기 권력의 능력에서 웬 차원?" 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차원은, 우리가 고차원적 사고라고 할 때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사고라고 생각하는. 딱 그 정도의 늬앙스로 받아들이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권력의 차원
저는 스티븐 룩스(Steven Lukes) 의 권력의 세가지 차원(3 Dimensions of power) 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러분께 권력의 차원을 구분해 소개하려 합니다. 우선 차원이라는 단어를 빌린 만큼, 별칭은 따로 언급하기로 하고 1차원, 2차원, 3차원으로 구분하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일차원적 권력, 이차원적 권력, 삼차원적 권력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죠.
일차원적 권력은 가시적 권력입니다. 모르는 단어를 모르는 단어로 설명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가시적이라는 것은 마치 실체론에서처럼 권력이 눈으로 보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가시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듯 권력의 능력이 행사된다는 것이죠. 가시적인 갈등, 현실적인 갈등, 드러난 갈등 상황에서 발생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권력입니다. 그래서 일차원적 권력은 '결정으로서의 권력' 혹은 '행태적 권력' 이라고도 부릅니다.
이차원적 권력은 비가시적 권력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갈등이 비가시적이라고 보면 좋겠죠. 하지만 포인트는 "갈등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존재하는 갈등을 보이지 않게 하는 능력을 권력이 발휘합니다. 즉, 해소되어야 할 갈등의 논의 자체를 배제해버릴 수 있는 권력인 것이죠. 가장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언론입니다. 배제하고 싶은 주제를 보도하지 않으면 해당 갈등은 사회에서 공론화될 수 없습니다. 물론 지금은 언론 출판의 자유가 확대되고 다양한 언론사들이 공존하면서 많은 이슈가 다뤄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는 여전히 눈 여겨봐야 할 권력의 기능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차원적 권력을 "의제설정으로서의 권력" 혹은 "무결정의 권력" 이라고도 부릅니다. 결정하지 않아버릴 수 있는 권력이라는 것이죠.
시나브로 스며들게끔 하는 권력
삼차원적 권력은 갈등 상황을 드러내느냐 드러내지 않느냐 보다도 한 차원 더 높은 기능을 수행합니다. 바로 사상통제로서의 권력입니다. 제3의 권력이라고도 불리는데, 사회구성원들의 인지적 차원을 통제하는 교육이나 사회화, 교화 등을 통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취향이나 이익, 생활양식 등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단적으로는 북한의 세뇌교육이나 이데올로기 지배같은 것들을 떠올려 볼 수 있겠죠. 철저한 성찰과 반추를 통하지 않으면 자각하기 힘든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오늘은 권력이 발휘하는 능력에 따라 세가지 차원으로 구분해 권력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가장 쉽게 목도할 수 있는 것은 일차원적 권력, 행태적인 권력일 것입니다. 이익과 가치의 갈등이라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권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차원적 권력과 삼차원적 권력은 현실에 대놓고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목도하기는 힘들지만 우리 삶에 분명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아마 많이들 와닿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늘 그래왔듯 우리는 이런 권력의 차원에 대해 아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고민해보아야 하죠.
오늘 우리는 몇 번이나 권력의 영향을 받았을까요?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지는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