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우리는 정치권력의 특징을 알아보았습니다. 그 특징들로부터 정치권력이 낳을 수 있는 부정적 현상까지도 살펴보았죠. 오늘은 이러한 정치권력들이 우리로부터 어떻게 인정되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즉 정치권력은 언제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와 관련된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정치권력자들은 그들의 정치권력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정당하다고 어필하려 할 것입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 정치권력의 정당화는 어떻게 일어나고, 이와 관련된 이론적 배경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왜 정당해야 되는데?
이 질문부터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치권력이 왜 정당해야 하는가 입니다. 권력은 앞서 살펴본 관계설의 관점처럼, 치자와 피치자의 동의 하에 행사되는 하나의 '관계' 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권력을 행사하려는 치자의 입장에서는 피치자가 자발적으로 순응하도록, 권력이 합당하고 정당하는 것을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피치자의 지지를 얻어내기 힘들테니까요. 그렇기 권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정치권력은 정당화되기 위해 어떤 요건들을 충족시켜야 할까요? 생각해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요건들이기는 합니다. 먼저 합법적이어야 할테고,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우리는 조금 어렵게, 사회적 타당성과 윤리적 정당성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사회적 타당성은 합법성으로, 형식적인 측면입니다. 정치권력이 정당하게 획득되고, 법에 근거하여 행사되며, 폭주하지 못하도록 통제되는 과정이 합법적이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윤리적 정당성은 도덕성으로, 내용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처럼 법에 의했다고 해서 모두 옳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여기서는 정치권력의 지배가 부당하지는 않은지, 부당했을 경우 시민들의 저항권이 올바르게 보장되고 있는지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방향이 민주적 가치를 구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도 말하죠. 민주적 가치라고 한다면 사회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고, 일반복지를 구현하며, 윤리적 정의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 정도를 포함할 수 있겠습니다.
권력한 정당한 권위를 지녀야 한다.
이제는 두 학자 막스 베버와 메리엄이 이야기하는 권력의 정당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앞서 권위를 정당한 권력이라고도 이야기했던 막스 베버인데요. 베버는 권력의 정당성이 실현되는 경우를 세 종류의 권위를 통해 설명하였습니다. 첫번째는 전통적 권위입니다. 가부장제나 족장, 봉건제 시대의 영주, 전제군주처럼 전통과 관습이 갖는 가치를 인정하고 신성성에 기반하여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는 변화가 많지 않은 사회에서는 질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격변기에는 전통만으로 정치적 권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카리스마적 권위입니다. 어떤 사람의 신성성과 영웅성에 기반하여 열렬한 신뢰를 보내게 되는 경우입니다. 나치의 히틀러나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처럼 영웅적인 면모를 보임으로써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경우엔 열렬한 신뢰를 보내게 되기는 하지만 신성성과 영웅성에 근거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안정적이기 힘들고 지속성이 약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리스마적 권위는 강렬하게 작용하여 열렬한 신뢰를 불러일으킨 뒤 전통적 권위나 합리적/법적 권위로 전환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번째는 합리적/법적 권위입니다. 근대 민주국가에서 강조되는 권위로, 법의 지배 원리에 따라 관료들이 행사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듯 합니다. 앞서 정치권력의 정당성의 원천 중 하나로 사회적 타당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와 같이 질서의 합법성과 권력의 행사가 합리적, 법적으로 적합하다고 승인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권위는 법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고, 법에 의해 권련이 행사되기 때문에 정당성이 확보됩니다.
베버는 위와 같은 세 가지 유형의 권위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당연히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놓은 개념들이면서 동시에, 현실 사회에서는 경우에 따라 세 유형이 복합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미란다와 크레덴다
다음으로 살펴볼 학자는 메리엄입니다. 메리엄은 정당화의 수단으로서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바로 미란다와 크레덴다인데요. 아마 법에 조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미란다 원칙을 떠올리실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그 때의 미란다와는 다릅니다!
첫번째로 미란다는 치자가 피치자의 정서적, 비합리적 측면에 호소함으로써 권력을 신성화시키고 미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상징조작을 통해 피치자로 하여금 치자와 동일시된다는 감정을 들게 하여 통합을 꾀하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통합을 목적으로 기념일을 제정한다든가, 국민적 자부심을 갖게 하고자 기념적인 건조물을 건립할 수도 있겠죠. 정서적으로 호소가 가능한 특정 음악을 장려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음악은 금지할 수도 있겠습니다.
두번째 크레덴다는 미란다와는 정 반대로, 치자가 피치자의 이성적, 합리적 측면에 호소하여 권력을 정당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즉 피치자들에게 권력을 '납득' 시키는 것이죠. 왕권신수설이나 사회계약설과 같이, 하나의 논리구조를 제시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존경이나 복종, 희생을 불러일으키고 합법성을 독점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권력은 어떠한가?
이렇게 우리는 권력을 정당화하는 데에 필요한 요건도 살펴보았고, 막스 베버와 메리엄을 통해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이러한 이론을 아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이론들을 재료로 삼아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정치권력은 정당한지 말이죠. 획득과 행사에 관하여 사회적 타당성을 갖는지, 그 내용에 있어서 윤리적 정당성을 갖는지. 또 우리의 정치권력은 어떤 유형의 권위를 취하고 있는지, 또 우리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어떤 측면에 호소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행사되는 권력에 민감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권력에 지지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