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가 퇴사했다

회사에 혼자 남았다

by Claire

2018년 10월 28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그간 서랍에 묵혀두었지만 브런치를 쉬는 동안 있었던 저의 타임라인을 정리하기 위해 발행합니다. 현재의 상황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동기가 있’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면접을 봤고, 같은 팀에 배치받았다. 회사에서는 일단 둘다 뽑아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인턴이었기에 살아남으려고 애썼다. 한 달 뒤, 다시 본부장 면접을 봤다. 그 후 나는 팀에 남았고, 동기는 다른 팀으로 다시 배치를 받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이었지만 우리 팀에 배정된 인턴 자리는 한 자리 뿐이었고, 우리는 그 자리를 놓고 경쟁 아닌 경쟁을 했던 것이다.


한 달 뒤 그 동기가 퇴사를 했다. 동기가 퇴사했다는 얘기를 다른 팀 사람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당일 퇴사인 듯 싶었다. 다시 취준을 한다고 했다. 워낙 이직과 퇴사가 잦은 곳이라 다른 사람이 그만 둬도 그러려니 했지만 동기가 퇴사했다는 얘기를 다른 사람한테 전해 듣고는 충격이 좀 컸다. 대리님도 “헐.. 클레어씨 동기가 없어졌네” 하고는 나를 바라보셨다. 이 회사야말로 각자도생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동기의 퇴사로 나는 정말로 혼자 남게 되었다.


내가 입사하기 한두달 전후로 들어왔던 인턴들이 모두 퇴사하는 것을 보면서 퇴사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동기가 팀을 옮겨가면서 팀의 모든 잡무가 나에게로 쏟아져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일하다가 퇴근하는 날이 쌓이면서 여러 번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 사는건 아니다 싶어 엄마한테 회사 그만 두면 안되겠냐고 펑펑 운 적도 있다. 그래도 그 다음날 다시 여섯 시에 일어나 멀쩡하게 출근해서 일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동기에게 정확한 퇴사의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퇴사에는 말 못할 이유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엄청난 용기도 필요하다. 어쩌면 퇴사한 동기의 용기를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기가 일하는 것을 보면서 동기도 다니는데 나도 다닐 수 있다고 다짐했었는데 말이다. 같은 팀에서 일할 때는 서로 별로 달가워하지도, 친하지도 않았지만 의외로 그 동기는 나에게 버팀목 같은 존재였나보다. 이제는 누구를 보면서 일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얼마 전 옆옆 팀 사람이 또 퇴사했다. 같은 팀 선배와 점심을 먹다가 그 얘기를 했는데 버티는 사람이 대단한거지 나가는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고서는 서로 이 회사를 다니기 위해 무슨 영양제와 약을 먹고 있는지를 비교했다. 어쩌면 나도 잘 버티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버티는 만큼은 버텨보는 것이다. 나는 이 회사를 얼마나 다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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