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9월 4주
휴가샵 포인트를 쓸 겸 가족들과 가볍게 속초 1박 2일 여행을 했다.
숙소에 가는 길에 낙산사에 잠시 들렀다. 꼭 종교인이 아니어도 관광지 자체로의 가치가 있는듯한 워낙 유명하고 큰 절이라 이전에도 친구들, 가족과 여행 때도 두어 번 와본 기억이 있다. 무언가 엄청 길고 오래 걸어 꼭대기까지 갔던 기억이 있어서 '엄마가 가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됐는데 꼭대기의 해수관음전은 포기하고 주차장에 가까이 있는 홍련암을 가자셔서 들러 잠시 합장을 하고 가족건강을 발원하고 왔다.
탁 트인 바다도 멋졌고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만 아주 길지 않은 코스라 천천히 걸으며 엄마, 동생과 산책 겸 좋은 시간이었는데 엄마께서 옛날얘기를 하셨다.
「예전에 너네 아빠랑 낙산사에 왔는데 그때는 해수관음전이 있는 꼭대기까지 갔었어. 부처님께 절을 하고 나오는데 아빠가 '파랑새가 있어.'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파랑새? 파랑새는 진짜 새가 아니라 동화에 나오는 상상의 새 아니야?' 라고 했는데, 진짜 나무에서 파란색새 두 마리가 포르르 날아가는 거야. 신비하더라.」
길지 않아도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길이라 부축하는 동생의 손을 꼭 잡고는 천천히 옛날 얘기를 하셨다.
아빠께서 돌아가신 지 12년인데도 아직도 셋이 있을 땐 아빠 얘기를 굳이 먼저 꺼내지 않는 게 왜인지 모를 룰이 되어있다. 예전보다는 이런 얘기들에서 견디는 능력이 다들 늘었대도 엄마의 얘기 끝에 셋다 아무 말 없이 조용해졌다.
그렇게 주차장에 가까이 왔는데 갑자기 내 허벅지 정도 높이 옆으로 나비가 한 마리 날아갔다.
내가 "어?" 라고 소리 내자 조금 앞서 걷던 엄마와 동생이 뒤돌아보더니 "호랑나비다!" 라고 했다.
나도 순간 '어?! 저거 어릴 때 많이 본 나비인데...' 싶었는데 호랑나비였다. 워낙 오랜만에 본 호랑나비라서 그 익숙한 이름을 까먹고 있었던 거다.
나비는 그렇게 팔랑팔랑 날아서 돌담옆 백일홍꽃에 앉았다. 오랜만에 본 호랑나비가 너무 예쁘고 신기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가까이 가지 않고 줌을 확대해 찍었긴 하지만 내가 사진을 몇 장 찍는 동안 얌전히 날개를 팔랑거리며 꽃에 앉아있었다.
사진을 찍고 나자 다시 꽃에 앉은 채 몇 번의 날갯짓을 하고는 어딘가로 날아갔다.
다시 엄마와 동생을 쫓아 빠르게 달려가는데 문득 어디선가 주워들은 얘기가 생각나서 말을 했다.
"어디서 들은 얘긴데 사람은 죽으면 나비가 돼서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나타난대."
이 말을 하는 순간 눈물이 많은 나는 이미 울컥을 넘어 눈물을 안 떨어뜨리려고 눈에 힘을 주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엄마가 혹여 넘어지지 않게 하느라 신경을 집중해 한 마디도 않고 엄마를 부축하고 있던 동생이 한 마디했다.
"납골당에서부터 여기까지 날아오셨나?"
이미 무너져버린 나는 눈에 준 힘이 무색해졌지만 이내 우리 가족 스타일대로 애드리브로 응수했다.
"아니, 너 차 창문에 붙어서 같이 타고 왔겠지. ' 이 놈아, 과속하지마라.' 라고 하면서..."
우리 셋은 피식하고 슬쩍 웃었고,
푸른 바다에 비친 윤슬 따라 호랑나비는 팔랑팔랑 날아갔다.
# Weekly scene
예전에는 자주 봤었는데 이제는 보기 힘든 호랑나비
그 시절의 초등학생들이 방학숙제로 하도 채집을
많이 해서 사라진 건가?
저는 그때 차마 곤충채집을 못 하겠어서
헝겊 모으기, 우표 모으기로 방학 숙제를 했는데
그때 살아남았던 호랑나비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