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적는 이유

by 마리












정처 없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렇게 또 막연한 무리 속, 두서없는 얘기를 하게 되는 일이 꽤 많았다. 정처 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텅 빈 채로 나의 방으로 돌아오면, 텅 비어있는 나를 발견하고 견딜 수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무리를 벗어나는 시점부터 텅 빈 마음이 보여서, 그 마음에 힘들어할 나의 모습도 보여서, 애써 외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의 불을 환하게 켜고 들어오니, 나의 텅 빈 마음이 적나라하게 보여서 종종 고통스러웠다.


영문을 모른 채 텅 빈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친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만난 까무러치게 이상한 사람에 대하여, 내 마음에 칼집 같은 상처를 낸 사람에 대하여, 대나무숲에 마음을 털어놓듯이 탈탈 털어보려 했었다. 외투에 묻은 먼지처럼 탈탈 털어보려 해도, 되려 기침이 콜록콜록 날 정도로 지저분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영문을 모른 채 나는 많이 헤매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래도 흘러가는 시간 동안, 한 가지 나를 위한 뜻깊은 발견을 했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은 그 어떤 때 보다 위로를 받는다는 것. 그냥 오늘을 쓱 돌아보는 글보다는 나의 생각과 감정이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글을 쓰면서, 텅 빈 마음이 그 채로 제자리를 찾는 기분이 들었다.



텅 빈 마음은 무언가로 채워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여유 있게 비어있는 마음이 나에겐 필요했었다. 빈 마음이 불편했던 게 아니라, 자꾸 정리 없이 불필요한 것들을 들여오니 그 실체 없는 혼잡함이 불편했던 것이다.



물건 정리는 기가 막히게 하는 내가 한 번도 마음을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던 거다. 좋아하는 물건을 아무리 잔뜩 쌓아두어도 정리하지 않은 나의 방은 나에게 전혀 기쁨을 주지 않는데,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채 자꾸만 쌓인 어떤 생각과 감정들은 어떻게 나에게 평화와 기쁨을 줄 수 있겠나.



혼잡함 속의 실체들을 하나씩 글로서 실체로 마주하면 괜히 내가 그럴싸해 보이기도 한다. 사실 더 중요한 건, 글은 나에게 안도감을 준다. 공간이 생긴 나의 마음이 더 멋진 것이란 걸 혼자라도 증명할 수 있게 해 준다.


무언가를 들이려면 그를 위해 필요한 공간과 더불어 여분의 공간이 필요한 건 여지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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