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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way Dec 04. 2015

그래도 당신은 어쩔 수 없었을 거야

이터널 선샤인(2004, 미국)



뜨겁던 것이 차갑게 식는 것, 부드럽고 말랑한 것이 딱딱하게 굳는 것, 눈부신 햇살 속에서만 살 것 같던 두 사람이 서로의 가장 여린 살결을 할퀴며 돌아서는 것. 사랑의 감정이 끝난다는 것. 그것은 굳이 스크린으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아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감정 중 하나겠지요. 이터널 선샤인은 그러한 비극과 마주해본 세상 모든 이들에게 '그래도 당신은 어쩔 수 없었을 거야'라고 말하는 영화입니다.


그래 뭘 어쩌겠어요. 당신은 그저 걸어가고 있었고 그 길에 사랑이 기다리고 있었을 뿐인데요.


내가 아는 한 사랑과 이별의 속성을 가장 잘 담았다고 생각하는(비슷하고도 라이트한 버전으로 한국의 '러브픽션'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날은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었겠죠. 옆자리에 홀로 앉아 시종일관 훌쩍이던 어느 관객의 머릿속에는 그녀만의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뛰어다니고 있었을 테죠. 다정히 영화관을 나서는 연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터뜨리던 미소는 '우린 저럴 리 없어'라는 확신이었을까요, 아님 '우리가 저렇게 되더라도'라는 약속이었을까요. 스크린이 꺼지고 어두운 길거리에 나선 우리는 영화의 제목처럼 '영원한 햇살 안에서 머물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 2015. 12. 3. 6:30PM, CGV서면 ART2관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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