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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Aug 08. 2024

오늘도 특별한 하루

내가 빵집 알바를 좋아하는 이유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빵집 알바였다. 사실 '알바였다'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민망하게도,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다.


빵집 알바를 고른 이유를 묻는다면 아주 어릴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빵을 좋아하던 - 그리고 여전히 좋아하는 - 나는 엄마 손을 잡고 빵집에 들어간 기억이 선명한데, 그럴 때마다 유니폼을 차려입고 빵을 진열하고 있는 알바생 언니들이 그렇게 멋져 보였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어느 부분이 멋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꼬꼬마였던 초등학생 시절, 알고 지내던 언니가 갓 스무 살이 되어 빵집에서 알바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나도 꼭 베이커리에서 일을 해보겠다고!


거창한 결심과는 달리 지금은 들어오시는 손님에게 자동반사적으로 인사를 건네고,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이는 3년 차 빵집 알바생이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게 문을 열고, 제빵 기사님이 구워주신 빵을 꺼내 포장하고 진열하는 게 오픈 알바인 나의 주요 업무다. 빵 이름과 포장지, 포장 방법을 외우느라 얼렁뚱땅 일을 해치우던 초반에 비하면 지금의 내 모습은 꽤 능숙해 보이는 것도 같다.



빵집에서 일하다 보면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도 문득 기분이 들뜨는 순간이 있다.


어떤 날이든 출근하면 케이크를 적어도 두세 개씩 판매하게 된다. 이 케이크 좀 꺼내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리면 다른 빵들을 포장하던 손을 멈추고 케이크 쇼케이스로 달려 나간다.


초는 몇 개 필요하세요? 폭죽도 드릴까요? 질문을 하고 케이크를 상자에 넣다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그제서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보통의 날이지만, 누군가에겐 축하하고 축하받는 특별한 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종종 케이크를 고를 때부터 말을 걸어오시는 손님들도 있다. 느끼한 걸 좋아하지 않는 어르신인데 어떤 케이크가 좋을지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시기도 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 입맛을 잘 모르겠다면서 나는 어떤 걸 좋아하는지 대뜸 물하보시기도 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법이니 뭐가 가장 좋다고 딱 대답하기 어렵지만, 이런 고민들을 듣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선물 받을 사람이 케이크를 받고 즐거워하길 바라는 손님들의 소망이 전해져오기 때문일 테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성심성의껏 대답해드리는 것뿐이다.


"어르신들은 아주 달지 않은 모카 케이크나 고구마 케이크를 무난하게 드시고, 젋은 분들은 딸기나 블루베리 요거트 케이크를 많이들 사가시더라고요!"



물론 이런 감정이 케이크를 팔 때만 느껴지는 건 또 아니다. 한 번은 나의 부모님 뻘의 손님이 단팥빵을 한 움큼 카운터로 가져오시더니 말씀하셨다.

 

"저희 아버지가 단팥빵을 너무 좋아하셔서요. 다른 빵을 사 가도 이걸 제일 좋아하시더라고요."


싱글벙글 웃으시며 결제하시는 손님을 보니, 나도 덩달아 웃게 되더라.


매일 보는 빵, 매일 보는 케이크지만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인해 특별해진다. 그런 소중한 마음을 바로 옆에서 구경할 수 있다는 건 빵집 알바생만의 작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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