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는 행동에서 일어난다.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전지를 묻는 이야기 같지만 경계를 찾아 끊어서 생각하자는 뜻이다.
행동에는 그 이전에 따라오는 감정과 생각이 존재하지만, '감정'과 '생각' 상태일 때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감정은 감정이고 생각은 생각일 뿐 내 몸 안의 일이다. 그러나 행동은 몸 밖으로 뻗어 나가는 일이다. 정확히 다시 말하자면, 감정과 생각이 행동이 될 때, 그때 문제는 발생한다.
문제는 대체로 벌어진 그 '행동'을 비난하는 형태로 흘러간다. 화가 나서 물건을 집어 던져서 누군가 맞았다면, 맞은 이는 물건을 던진 이에게 화를 낸다. 던진 이유나 던질 정도로 화가 난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다. 문제의 초점은 던진 행동으로 흐른다.
화가 나서 튀어나온 욕 때문에 싸움이 되었을 때, 그 '욕'에 초점이 맞춰질 뿐, 왜 화가 났었는지로 화제가 되돌아 가기는 매우 어렵다. 결국 내 화난 마음에 대해 다뤄지기 위해서는 먼길을 돌고 돌아 사과하고 수습하고 그 이후에야, 그나마 가능성이 생긴다.
행동 앞에,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래. 가 쉽게 붙지만,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로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만약 화가 난 이유가 내 행동의 피해자 때문이라면 상황은 심각해 진다. 내 화는 풀어주지 않으면서 행동에 대해 비난을 받다보면 사과하고 싶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풀어지지 않은 감정은 다시 행동을 낳고, 행동은 분노를 , 분노는 행동을. 끝없이 반복하게 된다.
그 고속도로의 끝으로 가면 진입 톨게이트의 기억은 차차 흐려진다. 그럼 이제 내 첫 화는, 어디에서도 보상받지 못한 채로 '억울' 딱지를 달고 내 마음 속에 남는다. 행동 때문에 사과한 이후라면 더더욱 소화하지 못한 채 마음 안에 남는다. 그 찌꺼기는 계속해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부식시킨다. 작은 갈등에도 그 감정이 더해진다. 그렇게 소화하지 못한 감정이 쌓이고 쌓이면, 빵 터진다. 무척이나 사소한 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의 서사이다. 이 서사는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찾아 볼 수 있어서, 수학으로 치면 근의 공식쯤 될지도 모르겠다.
그 사소하고 평범한 공식이 막상 필요할 때는 떠오르지 않는다. 다 지나고 나서야, 아! 근의 공식! 하게 되듯이. 모든 공식은 적용과 응용이 관건이다.
감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 몫을 한다. 속상해서 울면 울지 마라, 화가 나서 화내면 그 행동으로 혼나는 탓에 우리는 감정이 드러나면 숨기기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자라났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감정에 대한 인식 없이 바로 행동으로 옮겨가는 습관이 생겨난다.
해결방법은 쉬운 듯 쉽지 않다. 감정과 행동과 연결 통로를 막는 것이다. 감정을 인식 하면, 그 다음 행동하기 전에 감정이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그 찰나의 사이, 인식 여부는 많은 것을 다르게 한다. 집어 던지는 행동 대신에,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화가 나' 라고 말할 수 있다. 소리치는 대신에 '지금 상황이 너무 화가나서 소리 지르고 싶을 정도야' 그렇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 감정은 감정 상태일때 타인에게 보다 이해 받을 수 있는 형태가 된다. 말하자면 소화하기 좋은, 잘 조리된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냥 밭에서 바로 뽑은 무는 흙이 가득해 먹을 수 없을 뿐더러 맵고 딱딱하지만, 그 무를 졸이거나, 김치를 만들거나, 국을 끓이면 아주 부드럽게 또 맛있게 먹을 수 있듯이.
요리는 배우지 않으면 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요리할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는 일은 훈련이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 요리가 쉬워질 땐, 좋은 레시피를 보고, 요리하는 장면을 볼 때이다. 마찬가지로 내 행동에서 누군가 감정을 읽어주는 경험을 한다면 배움은 빨라 질 수 있다. 그 경험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조리법을 아는 사람일 수 밖에 없다.
가끔 많은 사람들이 요리하는 방법을 모른채로 재료를 던지며 싸운다. 너무 맵잖아. 너무 딱딱하잖아. 그 치열한 싸움은 누군가 끝내지 않는 이상 영원히 계속된다.
네가 화나서 한 행동으로 내가 화나서 한 행동에 다시 네가 화나고... 너무 흔히 보는 광경 아님가?
누가 먼저여도 좋다. 끊어 낼 수 있다. 행동에 숨겨진 이면의, 이전의 감정을 읽어내 주자. 네가 얼마나 화났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니. 오죽 했으면.
그 빠르고 치열하고 속도를 줄일 수 없는 고속도로에 오르지 말고, 우리 같이 천천히 서로를 돌아보자. 그 사람의 행동에, 나의 행동에, 나의 아이의 행동에,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가? 나와 내 주변을 위해 그 특별한 숨바꼭질에 참여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