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인터뷰 21: 조수영 님
동질성 속의 특수성. 지금까지 해온 인터뷰들이 나름대로 울림이 있었지만, 이번 인터뷰의 메시지는 특히 와닿았다. 다양한 경험들이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이야기는 다양한 전공을 거쳐 박사 과정을 밟는 내 상황과 닮았다고 생각했기에 몰입하며 들었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당장 박사 과정을 위한 인터뷰에서부터 이런 나의 선택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지 엄청나게 고민했었다. 운 좋게 박사 과정을 시작했지만 이런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아마 오래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일 것 같다.
이번 인터뷰 원고를 정리하면서 나도 자신을 다독였다. 흔하지 않은 길을 걸어온 만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이런 긍정적인 메시지가 인생의 전환점으로서 유학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두루 닿으면 좋겠다.
2016년부터 2년 동안 룬드대학교에서 환경학 석사 과정 (Msc in Environmental Studies and Sustainability Science)를 공부한 조수영이다. 현재 한국 소재 에너지 기업에서 ESG 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스웨덴 유학 전에 한국 모 방송국에서 예능 PD로 일하며 정말로 내가 원하는 일, 내 적성이 맞는 일이 무엇 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생각 끝에, 석사 유학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평소에 환경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았기에 환경학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처음부터 스웨덴에서 공부하기로 하고 학교를 탐색한 것은 아니다. 분야를 정한 후 독일, 덴마크 등 유럽 여러 나라를 알아봤다. 그런데 영문학과 정치외교학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자연과학 백그라운드를 요구하는 학교는 지원하기 어려웠고, 한편으로는 전공 지식은 물론 환경 문제와 관련한 폭넓은 이해와 정책적 함의까지 공부하는 학과에 더 마음이 갔다. 이런 조건을 따라가다 보니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환경학 프로그램이 가장 잘 맞으리라 생각해 지원했다.
스웨덴의 오기 전의 나는 방향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PD라는 꿈은 중학교 때부터 정한 목표였고, 어렵게 꿈을 이루어 4년 넘게 일했지만, 일을 그만두고 완전히 새로운 학문에 발을 디딜 생각을 하니 막연함과 걱정이 앞섰다.
학사 전공과 졸업 후 직장 경력과는 다른 학문 분야를 공부하고, 이후 석사 전공을 살려서 취직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석사 과정에 포함된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었다. 내 전공은 한 가지 분야를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여러 과목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기업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고, 지자체와 주민 대상 워크숍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이후 취업 과정에서 직장 경력처럼 활용할 수 있었다.
예컨대, 프로젝트 결과물로 나온 소논문은 팀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만큼 수준이 높았고, 이후 구직 과정에서 제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현재 일하는 에너지 기업에 지원할 때에도 에너지 관련 코스에서 작성한 바이오 에너지에 관한 소논문을 활용했다.
학사 전공, 직장 경력, 석사 전공이 모두 다르다 보니 이런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석사 졸업 후 국책 연구소 면접을 보면서 한 분야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의 다양한 이력을 정당화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를 플러스 요인으로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다. 나 스스로 나의 지난 경력을 부정하기보다 나만의 강점으로 생각하고, 잘 정리하여 각 경험/경력의 장점을 엮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나만의 독특한 서사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동질성 안에서 나만의 특수성을 더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어필하려고 노력했다.
책이든 논문이든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석사 과정에서 다룬 책과 논문의 내용을 100% 만족스럽게 흡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내 전공은 지원자에게 합격 소식을 전해주자마자 개강 전에 할 리딩 리스트와 과제를 주는데, 이때부터 열심히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두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리고 싶다. 우선 본인의 학부 전공과 같거나 유사한 프로그램을 공부하시는 분이라면 영어 공부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팀 커뮤니케이션이 많기 때문에 영어가 능숙할수록 배우는 것도 많다. 영어로 논리 정연하게 소통을 잘할수록 자신감도 붙는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리딩 양이 상당하고,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아카데믹 텍스트 독해에는 연습이 필요하니까 빨리 익숙해지면 좋을 것 같다.
만약 나처럼 석사 유학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커리어 체인지의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라면, 전공 지식을 채워줄 서적과 자료를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강의계획서를 미리 볼 수 있는 수업들도 꽤 있는데, 여유가 된다면 이를 참고해 미리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에게 스웨덴은 긴 신혼여행이다. 결혼하고 바로 남편과 같이 스웨덴에 가서 2년 동안 지낸 시간을 돌아보니 긴 신혼여행처럼 느껴진다. 남편과 함께 가서 좋았고, 더 즐거운 추억이 된 것 같다. 더불어 여기서 신혼여행이란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자 휴식이라는 의미도 있다. 스웨덴 생활을 돌아보니 커리어를 바꾸는 시작인 동시에 마음 편안하게, 행복하게 지낸 휴식 같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