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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May 03. 2022

나에게 스웨덴은 안경이다

AC 인터뷰 22: 엄세현 님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을 미루다 보면 언젠가 그 질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워지고, 문득 길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방향을 잃어버린 열정은 처음이 아무리 뜨거웠더라도 오래가지 못하고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결국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무엇’을 열심히 할 것인지 먼저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번 AC 인터뷰의 핵심 메시지는 ‘발견’이라고 생각했다. 스웨덴 유학이라는 안경을 쓰고 발견한 진로. 학부 때 해왔던 것과 사뭇 다른 것을 공부했지만 그 이유를 생각하면서 발견한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 이번 이야기는 디자인 분야 유학을 희망하는 독자 여러분은 물론, 스웨덴 유학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그 답을 찾고 있는 모든 분에게 꼭 한번 권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1) <스웨덴유학 그리고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한국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후, 2018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우메오 대학교에서  Interaction design을 전공한 엄세현이다. 졸업하기 전에 인턴으로 일을 먼저 시작했으며, 인턴 기간을 포함해 약 2년 동안 Nokia에서 digital product UX, UI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2) 스웨덴 석사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학부 졸업 전에 우메오대학교로 교환학생을 가서 Industrial design intensive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당시 석사 과정을 공부하던 학생들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석사 수업이 진행되는 방향, 졸업 프로젝트 준비 과정, 졸업 후 진로, 교수 진 관련 정보 등을 미리 알 수 있었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서, 한국으로 돌아와 학부를 졸업한 후 석사 과정에 지원했다. 한국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할 때는 제품 디자인에 집중했는데, 이것이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우메오 인터렉션 디자인 프로그램에서 공부하면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3) 스웨덴에 오기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나에게 본격적인 스웨덴 경험은 교환학생 시절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는데, 교환학생 가기 전 나는 길 잃은 아이였다. 학부 과정이 제품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는데 내가 이걸 잘하는지도 몰랐고, 졸업 후 제품 디자이너로서 일하는 나를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디자인 쪽 일은 계속하고 싶은데, 그럼 어떤 디자인을 추구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4) 석사 유학 과정에서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골라본다면?


매 학년말(6월)에 열리는 학부 졸업생 졸업 전시회 (디자인 위크)가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각자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피치(pitch deck presentation)를 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은 실제 프로젝트를 보러 포디움으로 간다. 기업 관계자는 물론 과거 졸업생 선배들이 리쿠르팅을 위해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운영 방식도 상당히 체계적이다. 전시회 전에 학생들이 미리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학교는 이를 리스트업 해서 회사 관계자에게 전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관심 있는 학생들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인터뷰를 잡을 수 있다. 학생이 인터뷰에 응할 경우 조율 과정 끝에 스케줄이 정해진다. 이런 인터뷰 끝에 인턴이나 풀타임으로 일을 시작할 수도 있다. 

꼭 인터뷰를 통하지 않더라도 이미 필드에서 일하는 학교 선배를 통해서 각종 구인 관련 정보가 들어온다. 본인도 디자인 위크에서 만난 선배 덕분에 인턴 기회를 잡았다. 


익숙해서 그리운 우메오에서의 추억들. 출처: 엄세현 님


5) 취업을 위해 본인만의 노력이 가장 필요했던 분야는


전공의 특성상 개인의 포트폴리오가 가장 중요하고, 나와 맞는 회사를 찾아가는 것 역시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를 잘 알리고, 나를 채용할 사람의 의중을 알기 위해서라도 자기 PR을 제대로 하는 것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왜 이러한 세부 전공을 정했는지, 내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는지 등 “나의 생각”을 확고히 하려고 노력했다. 한때는 학부와 다른 포커스의 석사 전공을 하는 것이 콤플렉스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디자이너로서 나의 정체성, 스토리를 찾는 과정을 석사 공부를 하면서 배운 덕분에 이야기로 잘 엮을 수 있었다.   


6) 지금 다시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 첫 학기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것은


교환학생을 하면서 이미 1년을 우메오에서 보냈기에, 석사 공부를 하러 다시 돌아갔을 때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이나 설렘이 크지 않았다. 이미 살아 봤던 장소이고, 교수진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별다를 게 없겠지’라는 마음가짐이 있었고, 그런 틀을 깨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이미 경험해 본 것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다시 한다면 새로운 것을 느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7) 예비 유학생이나 유학생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나는 유학 생활이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이미 정보를 많이 알고 간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경험하는 것은 정보 면에서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의 이런 경험을 일반화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유학 이유가 각자 다르고, 처한 현실도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 혹은 설명회 등을 통해서 다양한 유학생의 경험을 최대한 많이 듣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8) 마지막으로, "나에게 스웨덴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해본다면?


나에게 스웨덴은 안경이다. 쓰지 않을 때는 시야가 흐리다가 안경을 쓰고 나면 비로소 또렷이 앞에 보이는 것처럼, 우메오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내 갈 길이 좀 더 선명하게 보였다. 또 이전에는 (내 진로에 관해) 흐릿하게 보이던 것을 그대로 두고 살았다면, 스웨덴에 간 다음에는 내가 그곳에 간 이유와 디자인을 계속 공부할 이유를 찾았기에 나에게 딱 맞는 안경과 같았다. 


커버 이미지 출처: 엄세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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