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이 바라본 우메오디자인 대학
북유럽 디자인 하면 대부분 가구나 인테리어를 떠올리게 된다. 스웨덴과 디자인을 매치하기란 쉽지 않다. 스웨덴에서의 디자인이라면 이케아의 심플함 정도를 떠올리지 않을까? 더군다나 우메오라는 도시도 그렇고 우메오 디자인 대학은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이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현재 우메오 디자인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 학생은 나와 다른 1명, 총 두 명 뿐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학교에 대한 매력도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매력도였다.
우메오 디자인 대학은 유럽권에서는 top 레벨에 속하는 학교로 매우 유명하고 학생들의 수준도 상당하다.
(2021 Red dot 6년 연속 top ranking )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의 작품들을 보면 대략 학교 교육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범위가 굉장히 다양하지만 주로 모바일이나 디지털 디바이스의 UX디자인이 주를 이루는데 UID 의 인터랙션 디자인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범위를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10-15명 남짓의 소수의 학생을 1년에 1회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 한 명에게 더욱 집중된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두 학기를 마쳐가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내가 기대했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아직도 힘든 부분도 있다. 내가 보고 경험한 UID의 인터랙션 디자인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심심한 동네, 열정적인 학생들
이 표현이 겉으로 보이는 UID 를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메오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다.
우스갯소리로 학생들이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게 되는 이유는 다른 할게 없어서라고 하기도 한다. 대부분 학교 근처나 기숙사가 모여있는 Ålidhem 이란 지역에 모여 살기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일하거나 주말에도 주로 스튜디오에 나와서 일하는 학생들이 많다. 나는 서울의 북적함과 피로도에 지쳐서 조용한 이곳이 좋지만 대부분 20대인 친구들에게 이곳은 정말 심심한 도시일 것 같다. 시내도 한 바퀴 돌면 끝이고 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도 거의 없다. (아마 이건 스웨덴의 모든 지역이 그럴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학교 내의 주방을 아주 잘 활용한다. 점심 저녁을 이곳에서 요리는 기본이고 금요일 밤이면 학생들이 주최하는 펍이 자주 열리곤 한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모금하기 위해 직접 만든 우크라이나 전통음식을 팔아 모금하기도 하고 Solitary with Ukraine pub 이란 주제로 펍을 열어 모금 행사를 하기도 했다.
Learn from your peers
이곳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이 학생들이다. 한 명 한 명 디자인에 대한 감각과 열정 실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능력을 보면서 많이 배우게 된다. 수업시간의 참여 뿐 아니라 학교일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도도 굉장히 활발하다.
이곳에서 주인공은 학생 그리고 교수와 교직원을 그들을 도와주는 존재라는 것이 느껴진다.
정해진 커리큐럼은 있지만 학생들이 수업을 만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학생들끼리 알아서 모여서 진행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종종 토론이 이루어진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서로 모여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고 더 좋은 방향이 있을 때는 교수에게 건의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간의 경쟁이라기 보다는 함께 과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일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학생회같은 조직이 굴러가는 걸 보면 굉장히 투명하고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매주 이루어지는 스쿨미팅에 해당 상황을 매주 공유하고 건의사항은 학교에 건의한다. 부족한 시설이 있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학생회나 단체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학교측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대처해준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지 오래되어 최근의 대학 분위기는 잘 모르지만 요즘 학생들이라 내가 대학다닐때와는 또 다른 건가? 유럽의 분위기가 그런건지 UID 만의 분위기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이런 적극적인 소통방식은 분명 배울 점이다.
잘했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디자인이 정답을 찾는 과정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하나의 방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구체적인 디렉션과 평가를 원할 때가 있다. 하지만 UID 의 수업과 코칭은 매우 자유롭다. 그리고 절대 비난하고 비교하지 않는다. 어떤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하면 그건 네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다라는 답이 돌아오지 어느 누구도 맞다, 틀리다, 잘했다, 못했다의 평가를 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 작업물이 결과가 어떻든 간에 교수들은 가능한한 칭찬과 격려를 해 준다.
정확한 방향성이 있는 교육과 남과 비교하여 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는데 익숙한 나에게는 아직도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첫 학기에는 과제가 있으면 남보다 잘하기 위해 과제를 했던 것 같다. 뒤쳐진다는 불안감과 잘해야겠다는 욕심으로 과제를 접근하다보니 스트레스도 크고 뒤쳐진다는 좌절감이 생기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게 되면서 최근에는 경쟁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전달하려 하는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사회에 나가면 또 다시 평가와 경쟁에 놓이게 되겠지만 UID 내에서는 경쟁이라기 보다는 자기 발전의 시간을 가지게 도와주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것 같다.
인턴쉽..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UID 의 대부분의 학생이 학기 중간에 인턴쉽을 한다.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하거나 학교에서 인턴쉽을 알아봐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졸업 전에 실무를 경험하고 취업에 도움이 되고자 대부분 학기 중간에 인턴쉽을 한다. 현재 같이 공부하는 12명 학생 중 나를 포함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번학기에 인턴쉽을 위해 학교를 1년동안 휴학한다. 인턴은 대부분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 등의 국가의 IT 회사, 자동차 회사, 디자인 에이전시 에서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일한다. 나도 하고 싶지만 아이들과 이동이 어려워 이번학기는 지원하지 않았지만 다음 학기 지내면서 다시 생각해 보려 한다.
대부분 인턴을 하니까 그 과정이 쉬울거라고 보여졌는데 그 준비 과정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포트폴리오 준비는 기본이고 인터뷰를 많게는 4회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원 과정은 인턴 포스팅이 올라온 회사에 직접 지원하는 경우도 있고 UID 졸업생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졸업생이나 디자이너가 와서 강의하는 경우도 있는데 강의 끝나고 직접 연락하여 기회를 얻는 경우도 있고 루트는 굉장히 다양하다. 한국에도 실력있는 디자인 에이전시와 회사들이 많지만 유럽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인턴쉽 과정은 매우 특별하고 좋은 경력이 될 것 같다.
전세계의 UID 네트워크
지난 해 입학하고 첫 미팅에 신입생, 재학생, 교수, 재학생 등 130여명의 사람들이 줌에서 모였다. 이렇게 많은 숫자가 줌에서 모이는 것도 이렇게 졸업생들이 있다는 것도 든든하기도 했다. 인터랙션 디자인의 특성 만큼이나 전세계에서 주요 IT 회사와 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UID의 명성을 만드는 힘은 역시나 졸업생들과 학생들임을 가끔씩 이런 자리를 통해 상기하게 된다. 또한 이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나 또한 열심히 해야겠다는 일종의 책임감도 느껴진다.
첫학기에 정말 수업따라가랴 적응하랴 잘 보이지 않았던 학교의 장점들이 이번 학기에 많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학교 생활하면서 이 생각은 또 바뀔수도 다른 단점들이 보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내가 어떻게 바라보는냐 그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인 것 같다.
나는 UID 에 지원할 때 내가 원하는 방향을 조금 넓게 설정하고 이 안에서 찾겠다는 생각으로 왔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 학교에서 얻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고 구체적이다. UID 는 내가 요구하고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가이드와도 같다. 이 가이드를 어떻게 이용할지는 순전히 내 몫인 것이다.
혹시라도 UID 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자신의 방향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설정하면 학교 생활에서 얻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커버 이미지 cover image (photo: ze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