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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Mar 07. 2021

AC 인터뷰 7: 이본님 인터뷰

나에게 스웨덴은 Out of Office이다

스웨덴 석사과정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내용이겠지만, 스웨덴 석사 프로그램 중에서는 실질적인 코스워크는 첫 두 학기에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3학기와 4학기는 인턴십과 논문/졸업과제에 할애하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한국 대학원 교육과정 중에서는 흔히 보지 못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이렇게 설계된 의도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법이 수업을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생소한 경우가 많다. 이번 AC 인터뷰는 스웨덴에서 가장 유망한 전공 중 하나인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관련 전공자가 이 두 기회를 활용하면서 취업에 성공한 내용을 담았다. 4년 전의 자신처럼, 명확한 목표를 갖고 유학길을 떠나면 좋겠다는 이야기에서 독자를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 


-<스웨덴유학 그리고 삶>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웁살라대학교에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sustainable development 석사과정을 공부한 ‘이본’이다.* 3학기에 인턴십을 했고, 마지막 학기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논문 작업을 병행했다. 현재는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스웨덴 석사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유학 결정을 듣고 주변 반응은? 


결론부터 말하면, 스웨덴에서 취업을 위해서 유학을 결심했다. 한국에서도 CSR 관련 일을 했지만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다. 내가 가진 역량과 비교해 제한적인 일만 하면서 일에 매몰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분야 일을 더 제대로 하기 위해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점차 확고해졌다. 특히, 제품 생산기지랑 가까운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일한 경험과 현실감각을 살려서 관련 분야 학위 과정을 공부한다면, 졸업 후 스웨덴 취업도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계산도 했다. 

유학 결정을 듣고 이전 직장에서는 못내 아쉬워했지만, 가족들은 스웨덴이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의 선두주자이고, 이전에 스웨덴 교환학생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나의 결정에 놀라지 않았다.


-스웨덴에 오기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모범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가고, 교환학생과 어학 성적 등을 충실히 준비해서 ‘칼 졸업’, ‘칼 취직’을 이루고자 애쓴 모범적인 문과생의 전형이었다. 


-석사 유학 과정에서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활동 한 가지만 골라본다면?

단연코 인턴십 경험이다. 자기소개에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스웨덴 석사 프로그램에서 3학기에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3학기 인턴십 경험이 4학기 논문 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당장 주변에서도 그런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회사에서 데이터를 받아서 논문을 쓰기도 하고,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인턴십이 좋은 디딤돌이다. 따라서, 주변 친구들도 원하는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자 인턴십 찾기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인턴십 찾는 과정을 부연해 설명하자면, 지도교수, 학과 교수, 학과 친구들을 포함한 지인 네트워크를 활용해보는 것이 좋다. 더불어 학과나 학교 차원의 공지도 확인해보고, 취업 박람회에서 나오는 정보도 유용할 수 있다. 그런 이벤트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와 소통할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메일로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취업을 위해 자신의 노력이 가장 필요했던 분야는? 


여러 사람이 강조하는 부분이겠지만, 사람들을 많이 사귀고, 만나는 것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논문 지도를 해 주신 교수님을 찾는 일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내 석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지도교수를 학생이 주도적으로 찾아야 했는데, 다행히도 스웨덴 농업과학대학교 (SLU)에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고, CSR 관련 분야를 연구한 경제학과 교수님과 교류하면서 논문 작업 기회를 잡았다. 취업 후에 그 교수님의 다른 지도 학생의 취업에 내가 도움을 줄 만큼 교류를 이어 나가는 사이가 되었다. 


또 다른 예로, 지속가능성 관련 분야가 간 학문적인 분야이므로, 같은 프로그램 학생들의 주요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이를 염두에 두고, 평소에 친구들과 토론하거나 대화할 때 나의 관심사를 어필했고, 이것이 도움이 되어서 인턴십 기회도 한 친구가 우연히 LinkedIn에서 보고 귀띔해주어 지원했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볼 때,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관심사를 공유하고,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 관해 자유롭게, 그리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다시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 첫 학기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더 신나게 놀고 싶기도 하고, 논문을 더 잘 쓰고 싶기도 하다. 처음으로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 공부이기에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과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학과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다른 활동에는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런저런 기회로 다른 과 친구들을 사귀었다면 더 관점이 넓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반되게도, 논문을 더 잘 썼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졸업 후 스웨덴에서 할 일을 찾겠다는 의지만큼 아쉬움이 남은 것 같다.  결정적으로 3학기에 인턴십을 했던 회사와 내가 추구했던 졸업 논문 방향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협업은 불가능했고, 논문 비용을 지원받아서 작업하는 형태가 아니라,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논문 작업은 별도로 수행하는 형태로 마지막 학기를 보냈다. 만약 회사와 협업이 가능했다면 양질의 데이터를 토대로 케이스 스터디 형태의 논문을 쓸 수 있었겠지만,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기존 문헌에 대한 리뷰 비중이 높은 논문이 되었다. 추후 이 분야를 박사과정에서 더 깊이 공부하거나, 이직을 준비할 때에도 논문에 대한 미련이 어느 정도 남을 것 같다. 


-예비 유학생이나 유학생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목표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명확한 목표가 있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나도 스웨덴에서 취업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석사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단지 현재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교환학생 경험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유학을 오면 실망할 위험 역시 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스웨덴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해본다면? 


나에게 스웨덴은 Out of Office*이다. 졸업 후 한국에서의 삶은 회사생활이 전부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스웨덴에서의 내 삶은, 하는 일이 만족스럽고 자긍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삶이 주라고 생각한다. 


* '이본'은 유튜브 채널에서 응답자가 사용하는 이름이며, 유튜브 채널 이름 역시 Out of Office이다.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 링크를 첨부했다. 

** Photo by That's Her Busines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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