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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완 Nov 09. 2021

꿈속에서도 대학 졸업장을 받은 나는 지금도 공부 중이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날씨마저 대학 수학능력 시험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40년 전 친구들이 대학교 시험 보는 날 나는 시험을 보지 못하고 덕진공원에 있는 연못에 앉아 속상하고 슬픈 감정을 달래며 나도 나중에 꼭 대학에 가서 공부하겠노라고 다짐했었다.

특별히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편이었던 나는 중학교 때 7명의 친구들과 주말에도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면 즐거웠고 그 친구들과 함께 고등학교도 가고 대학에도 가서 선생님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2학기가 되면서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쓰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나에게 부탁하셨다. 

'수니야! 네가 큰 딸이고 동생들이 네 명 있는데, 아버지가 보증을 서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다. 너에게 미안하지만 인문계를 가지 않고 실업계에 가서 취업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말을 들으며 아버지의 부탁을 무시할 수도 없고 고민이 많았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고입원서를 쓰고 난 후에도 나는 친구들과 함께 인문계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데 나 혼자 실업계 고등학교에 원서를 써야 하는 것이 속상했지만 큰 딸이라는 책임감에 말도 못 하고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실업계 고등학교 원서를 쓰며 나중에라도 꼭 대학에 다니리라 마음먹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이라도 다니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서울에 올라간 나는 일을 하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하지만 그때에 내가 하는 일이 전국을 다니며 관공서에서 컴퓨터에 기초자료를 입력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방송시간에 맞추어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금은 아무 때나 강의를 들을 수 있지만 80년대에는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그 시간에만 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나중에 들어야 하는데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며 방송을 들을 때 주파수가 맞지 않아 잘 들리지 않거나 시간을 맞추어 강의를 듣는 것이 쉽지 않아 포기하게 되었다. 


20대에는 하는 일도 재미있었고 주말이면 산악회에서 곳곳의 명산들을 찾아다니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었지만 내 마음의 한편에는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공부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아서였는지 언제부터인가 밤에 잠을 잘 때면 대학교 졸업장 받는 꿈을 자주 꾸게 되었다.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한 꿈을 접을 수가 없어 작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후 도서관에서 아이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이들에게 간식도 챙겨주고 저녁을 함께 먹고 나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아이들이 커서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 나도 다시 한번 대학교 시험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 후 취업해서 일을 하다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부가 하고 싶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입학해서 상담학을 공부했을 뿐 아니라 오늘도 나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공부하면서 지금 이렇게 공부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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