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신앙을 강요한 것
일요일 아침. 예배를 드리려고 집을 나서는데 큰 아들은 등산을 가겠다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교회 가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아들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예배를 드리러 갔다.
큰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라 15년 전의 일이다.
기숙학교에서 생활하는 아들은 나름대로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하며 친구들이 잠자는 시간에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생각처럼 점수가 나오지 않아 속상한 마음을 엄마인 내게 말했다.
'나는 하나님이 정말 계시는지 모르겠다, 계시다면 나에게 이렇게 할 수는 없어, 친구들이 열심히 기도하며 공부하는 나를 비웃을 때도 나는 하나님이 내 기도 들어주실 거라고 믿었는데 이제는 다 필요 없다. 하나님을 믿지 않을 거야' 라며 하나님을 원망하고 펑펑 울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아들이 교회를 나가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한 생각에
'야, 너는 네가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생각하고 하나님을 원망해야지, 하나님 믿지 않으려면 내 아들도 하지 마'라고 강하게 말했다.
아들은 시험 점수가 생각했던 만큼 나오지 않아 힘들었던 마음을 엄마에게 표현하며 위로를 받고 싶었을 텐데 엄마인 나는 아들의 속상한 마음을 들어주고 공감하기보다 오히려 훈계를 했다.
내 말에 아들은 더 큰 상처를 받아 속상하고 화가 나 그 이후로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아들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엄마인 내가 하나님을 믿으니까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니게 되었고 나름대로 신앙생활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아들이 인생에서 처음 겪은 어려움으로 인해 자신이 믿었던 하나님에 대해 혼란스러운 마음을 표현했을 텐데, '하나님을 원망하면 안 된다'는 당위적인 내 신앙 가치관이 아들의 마음을 공감하기보다 하나님께 불평하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더 큰 상처를 준 것이다.
내가 처음 하나님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인 열여섯 살 때이다
아버지가 보증을 섰던 사건으로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새벽마다 교회에 가셔서 기도하시는 엄마를 따라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믿음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교회에 가면 마음이 편했고 내성적인 나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혼자서 기도하는 시간이 참 좋았었다.
삶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시간을 정해놓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고, 힘들 때 함께 기도해 줄 수 있는 동역자들이 있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인해 어렵고 힘든 것들을 이겨냈고, 지금까지 내가 기도하며 계획한 것들을 이루어주셨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작은 아들 교통사고로 정말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신 도움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생각에 신앙심이 더 깊어졌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하나님을 열심히 믿었는데, 왜 내 아들을 이렇게 아프게 하셨나요'라고 원망을 할 법도 한데 원망할 줄을 몰랐다.
아들이 너무 많이 다쳐 아프고 힘들어하지만 그 아들이 지금 내 옆에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가끔, 아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감사하기보다 내 아들을 왜 아프게 했냐고 하나님을 원망했더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내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견디었고 아들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 나는 어려운 상황에 원망하고 불평하는 아들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고 아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이다.
'아들아 너의 마음을 이해하지 정말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