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ic 1세대, Run-D.M.C.

힙합의 대중화, 그 문을 연 Run-D.M.C.의 음악과 패션

by 피망씨

‘힙합 패션’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통 넓은 청바지, 오버핏 풋볼 티셔츠와 후디, 스냅백, 스니커즈 등이 생각나지 않는가? 힙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힙합 패션이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패션 카테고리의 한 자리를 당당히 꿰찬 음악 장르로서, 힙합은 수십 년간 대중문화와 함께 호흡하며 발전해 왔다. 그리고 상기 언급한 힙합 패션의 시조새 격이자,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힙합 사운드의 기초를 세운 아티스트가 바로 오늘 소개할 런 DMC(Run-D.M.C.)이다.



런 DMC는 프로듀싱 및 디제잉을 담당하는 잼 마스터 제이(Jam Master Jay), 그리고 두 명의 래퍼 런(Run)과 DMC로 구성된 3인조 그룹이다. 이 트리오는 1984년 스튜디오 앨범 <Run-D.M.C.>를 들고 세상에 등장했다. 해당 앨범의 트랙들을 들어보면, 단순하게 반복되는 드럼 비트 위에 뱉어내는 듯한 래핑이 쌓인다. 현시대의 관점에서는 약간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당시에는 굉장히 새로운 형식의 힙합 사운드였다. 왜냐하면 그간의 힙합은 ‘파티용 음악’의 성격이 강했고, 디스코나 펑크 음악을 샘플링해 그 위에 추임새를 붙이는 형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단적인 비교를 원한다면 커티스 블로우(Kurtis Blow)의 ‘Christmas Rappin(1979)’이나 슈가힐 갱(The Sugarhill Gang)의 ‘Rapper's Delight(1979)’를 들어보시라. 런 DMC의 음악과 비교해 확실히 펑키한 느낌이 강할 것이다. 런 DMC는 직접 짠 드럼 비트에 스크래치를 입히고 내뱉는 듯한 랩으로 힙합의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현대 힙합 사운드의 기틀이다. 그렇게 이들의 등장을 기점으로 힙합은 ‘올드 스쿨’에서 ‘뉴 스쿨’로 진화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당시 뉴스쿨 힙합 프로듀싱의 대가였던 릭 루빈을 프로듀서로 맞아 제작한 3집 <Rasing Hell>로 이들은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음반을 통해 런 DMC는 힙합 아티스트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랐으며, 기존 언더그라운드에 있던 힙합을 메인스트림으로 끌어들였다. 이 성과에 가장 큰 공을 세운 트랙이 바로 ‘Walk This Way’이다. 이는 에어로스미스(Aerosmith)가 1975년 발매한 히트곡을 런 DMC가 랩 록 버전으로 커버한 것으로, 힙합 장르로서는 최초로 빌보드 핫100 5위 안에 진입했다. 당시 백인 음악의 상징이었던 록과 흑인 음악의 상징이었던 힙합이 최초로 만난 이 순간은 '힙합 + 록' 퓨전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장식한다. 이들이 개척한 랩 록 장르는 이후 랩 메탈, 랩 코어 등의 하위 장르를 낳으며, 힙합뿐만 아니라 록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런 DMC의 상업적 성공 덕에 힙합은 주류 음악으로 올라선다. 그리고 이후 LL 쿨 J(LL Cool J),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 등 동시대 아티스트들 또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힙합의 황금기, ‘골든 에라’로의 문이 열린다.



<Rasing Hell> 앨범에서 ‘Walk This Way’만을 언급하고 끝낸다면 섭섭하다. 3번 트랙 ‘My Adidas’를 통해 이들은 이후의 패션 트렌드에도 한 획을 그었다. 이 곡은 런 DMC가 즐겨 신었던 끈 없는 슈퍼스타에 바치는 찬사였는데, 이에 대한 답으로 아디다스는 런 DMC와 후원 계약을 맺는다. 이 파트너십은 스포츠 브랜드가 힙합 아티스트와 계약을 맺은 최초의 사례로서 당시로는 상당히 파격적인 콜라보였다. 지금이야 스포츠 웨어를 활용한 패션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당시 아디다스 스니커즈는 농구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런 DMC가 선보인 슈퍼스타, 트랙 져지, 버킷햇 조합의 스타일링은 당시의 패션 씬을 뒤흔들었고, 스포츠 웨어는 비로소 ‘패션템’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기존 래퍼들이 무대에서 입던 의상이 부츠와 정장 등의 디스코 의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런 DMC의 스포티한 스타일이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다. 무대 위로 끌어올려진 스트리트 문화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런 DMC는 단순한 힙합 아티스트를 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다. 글의 초입에서 런 DMC를 힙합 패션의 시조새 격이라고 표현했던 이유를 이제 알 것이다.



하나의 음악 장르가 우리의 삶에 더하는 가치를 논하자면 끝도 없다. 힙합을 즐기는 이들은 다양한 비트 위에 저마다의 희로애락을 랩으로 뱉고, 그것은 또 다른 희로애락을 낳는다. 이렇게 삶을 다채롭게 하는 음악의 발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다 보면, 필자가 런 DMC를 만난 것처럼 뜻밖의 아티스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새것에 새것이 주는 매끈한 안정감이 있듯, 오래된 것에는 그만의 거칠거칠하지만, 투박한 멋이 있다. 이 매력을 찾다 보면, 런 DMC의 음악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깊이를 더하는 멋진 곡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