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현대문학사조 작가상 대상
적묵寂黙의 땅 _ 현대문학사조 작가상 대상
적묵寂黙의 땅
최대승
끝머리쯤
관악산 서쪽 끝머리쯤
호기虎氣를 눌러야 하는 파란기운이 탑을 맴돌다
북과 어고魚鼓에 머물며 춤추는 곳
종루가 무겁게 앉아 서녘을 응시하는 곳
무학이 신선처럼 달려와 심검尋劍에 들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돌담의 기왓장
부스러지듯 푸석하다
느티나무
청록 잎새를 키우다 한우물에 숨 돌리고
삼배로 앉아 두 손 모으면
까마득히 들려오는 불새의 울음소리
검은 해금이 일렁인다
비우지 못하는 욕심만 복부에 차 부여잡는 미련
천불千佛의 호령이 움찔거린다
나풀거리는 나비처럼
아른거리는 숨소리
목탁은 가슴을 두드리다 호암虎巖으로 날아간다
치오르는 섬광 하나
솟구다 가라앉는 무거운 침묵
나고 감이 피고 짐이 윤회의 귀결이면
가지 않은 길도 후회야 있겠는가
바람이 분다
풍경風磬이 흔들린다
땅 끝 깊숙이 돋아오는 요원의 소리
법고法鼓는 울고 정령을 휘모는 장삼에 저녁놀이 드리운다
<현대문학사조 2017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