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치소의 마지막, 그리고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제1대 옥중투쟁위원장
내가 거머쥔 타이틀은 바로 서대문구치소의 ‘마지막 옥중투쟁위원장’과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제1대 옥중투쟁위원장’이었다. 내가 수감 되었던 1987년 11월, 서대문구치소는 문을 닫고 수감자들은 새로 생긴 의왕시의 서울구치소로 이감되었다.
옥중투쟁위원장은 구치소에서 사회적 이슈를 ‘샤우팅’하거나 감방 내 처우개 선 등을 요구하는 투쟁에 앞장서는 역할로, 보통 수감자들의 호선으로 학생운동 출신이 위원장에 선출된다. 내 경우 서대문에서 옥중투쟁위원장을 맡고있던 중에 구치소가 이사를 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두 군데 구치소에서 본의 아니게 ‘최후’와 ‘최초’란 타이틀을 모두 갖게 된 것이다.
하루는 온몸에 문신을 한 사람이 우리 방 앞에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그랑께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겄소?”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저는 김대중 후보를 지지합니다.”
“그라제!”
다음날부터 담배 두 가치가 매일 공급되었다. 한 가치당 5000원에 밀매되던 담배가 들어오니, 같은 방 죄수들은 좋아서 난리가 났다. 그러나 군대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내 말에 “네가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담배가 끊길텐데, 돈 있어도 못 구하는 건데 그냥 한 모금해!” 결국 나는 슬기로운 감방생활을 하기는 커녕 수감 전까지는 입에도 대지 않던 담배를 감방에서 배우고 말았다.
하지만 세상 도처에는 늘 뭔가 보고 배울 스승이 있는 법이다.
나는 감옥에서 잡범들에게 지루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고, 소매치기 기술도 배웠다. 지금 그 기술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을 수 있는지 예방법을 가르쳐줄 수는 있으니, 그 또한 훌륭한 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