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울음 소리

청양 장날

by 신킹스

새벽이었다.

어디선가 소 울음 소리가 들린다.

우리 동네에도 소를 키우는 집이 있었나! 아, 동네 문호 형네가 집 앞 하우스에서 소를 키우지.

밤에는 분명 소리가 없었는데 새벽부터 계속 소가 울고 있다.

생각해 보니 오늘은 청양 장날.

얼마 정도 키운 송아지를 우시장에 내다 팔려 차에 싣고 그것을 본 어미 소가 우는 것이리라!

한때는 집집마다 소를 한두 마리씩은 키웠다.

농기계가 없던 시절 농사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크게 돈이 나올 곳이 없던 시골에서 소는 큰 재산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누구네는 아들이 대학을 들어가면 등록금이 되었고 결혼을 하면 결혼식 비용이 되었으며 자손들의 사업자금, 본인의 병원비가 되기도 했다.

그 시절 봄은 소들이 논과 밭에서 쟁기를 끌었고 그러기 위해 겨울이 지나면 이른 봄부터 동네 어른들은 소에게 멍에를 씌우고 쟁기 대신 썰매같은 것에 무거운 돌 등을 얹어 동네를 산책하였다.

겨우내 움직임이 없던 소들에게 운동을 시키는 것으로 논밭을 갈 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럴 때 짓궂은 아이들은 소가 끄는 그 썰매에 올라타고 놀았다.


어느 날이었다.

교회에 갔다 오는 길에 아이들과 골목에서 놀고 있었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밀어 넘어뜨렸다.

갑자기 너무 세게 밀쳐서 아프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돌아보니 큰 뿔의 황소가 서 있고 그 주인인 동네 아저씨가 당황스런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요즘 같으면 아주 큰 사고로 여겨 병원을 가니 마니 수선스러웠을 것이지만 그때는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옷을 툭툭 털고 일어섰을 뿐이다.

그런 왁짜한 시끄러움 속에서 우리는 잘도 자랐고 세월의 흐름대로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었다.

여름철이 되면 소들은 으레 개울가 풀숲에 매어 풀을 뜯어 먹게 했다.

이는 아이들의 일이 되었고 겨울에는 쇠죽을 쒀서 주었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 키운 소는 털이 반들반들하게 살이 쪘고 송아지를 잘 낳았다.

외양간에 불이 켜지고 아버지 어머니 소리가 들리면 송아지를 낳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뭔지 모를 흥분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궁금은 했지만 무서워 나가지 못하고 아침 일찍 송아지를 보러 나가는 것이다.

부엌에서는 쌀겨, 콩 등을 넣고 끓이는 쇠죽 냄새가 구수하게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몇 달을 키운 새벽녘에 소 울음 소리가 들린다.


청양 장날.

송아지를 팔려고 분주해진 외양간에서는 송아지와 어미 소가 헤어지지 않으려 애타게 울고 그 울음에 잠을 깨면 덩달아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렇게 송아지가 팔려가고 새끼를 잃은 어미 소는 밤낮으로 우는 것이다.

소의 커다란 눈이 그렁그렁하다. 눈 언저리가 눈물로 흠뻑 젖어서 더욱 안쓰럽다.

울다가 나중에는 목이 쉬어 갈라진 소리로 울고 그 소리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나 3일이 지나면 울음을 딱 그치는 것이다.

울어도 소용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인지, 너무 힘이 들어서인지 또는 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나 그렇게 안정이 되어가며 되새김질 하는 입에는 다시 힘이 실린다.

시간은 그렇게 동물에게도 망각을 선물하며 잘도 흐른다.


소를 태운 트럭이 지나간다.

청양장날.

트럭 위에서 소가 비틀거린다.

살다보면 비틀거려야 중심을 놓치지 않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