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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Nov 25. 2018

머물다, 잠시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다.

지금 내가 무얼 하는지,

이게 맞는 건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생각에 생각이 더해질 때면

막연함의 시작을 찾고자 생각의 늪에 빠진다.


항상 시작은 간단명료하다.

"재미있겠다, 해보자."

결과는 항상 예상처럼 좋은 적은 없지만

하고 나서 후회는 없었다.

다만 시간과 열정과 돈의 소비는 어쩔 수 없었고

번번이 그 소비된 시간과 재화로 인해

정작 해야 할 다른 일을 소홀히 하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는 생겼다.


결혼을 하면서 상당 부분 하고자 하는 욕심을 줄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로 인해 집에서 아내와 함께 책을 보거나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같이 육아 활동하는 시간도 생겼다.

한편으론 글을 쓰는 시간부터 문화 활동이나 봉사 활동하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 동안 이 상황에 대해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오늘 읽은 책에서 그 답을 찾았다.

"간단명료하게 살아라."

수많은 지인들의 조언이었던 그 말이 책에서 나와서 이해가 된 것은 아니다.

지난 이 년여 시간 동안에 너무 많은 숙제를 내가 나에게 주면서

정리하지 못하고 주렁주렁 매달고 간 일이 너무나 많았기에 

그 쉼표의 방점이 지금에서야 맞춰진 것일 뿐이다.


올해에도 신춘문예가 있고 

지난 몇 달 동안 틈틈이 쓴 시와 단편소설,

퇴고는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도전에 의의를 둔 작품들.

과연 이게 맞을까라는 의문.

그래서 이번에는 도전의 의의를 갖기보단 쉼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방이 지저분하다.

매주 날아오는 잡지와 읽지도 않은 서류들

해야 할 숙제처럼 뽑아놓은 원고들

아침마다 짝 맞추기 게임을 하듯 찾아야 하는 양말들까지

무엇하나 내 방에서 정돈된 것은 없는 듯하다.


오늘, 그 쉽의 시작을 조금 늦었지만

새해가 오기 전까지 내려놓는 연습을 시작해 보아야겠다.

올해까지 출판하기로 했던 욕심부터

악필을 고치고

영어공부까지 해야겠다는 아주 작은 소망은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

그리고 가정의 충실함으로 만족해야겠다.


글로서 오늘 나에게 약속한다.

머물자, 잠시 동안.

쉼을 쉼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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