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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May 26. 2019

방향을 보다.


 지난 금요일 팔달문시장 사업단이 모였다. 오랜만에 단장님의 수원 방문에 장관상이라는 최정만 단장님의 좋은 소식과 삼례 시장 사업 단장 발표를 들고 오신 조은영 단장님.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사회적 과업을 위해 서울에서 제주에서 고군분투하시면서도 좋은 성과를 만들고 계신 두 분 모습에 존경스럽기도 하고 또 부럽기도 했다. 


 여러 차례 전통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게 기회도 주시고 제안도 해주셨지만 내 욕심과 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번 혼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주저하길 여러 번.  그저께 밤에는 사춘기의 방황처럼 잠까지 설치며 고민하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멍한 채 출근하니 벌써 회사를 청소하고 외근을 나가신 아버지.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퇴근 후 두통이 가시지 않은 채 아내와 함께 간 수원 연극축제 "숲 속의 파티" 


 그곳에서 굴삭기를 통해 공연을 벌인 작품을 보면서 아내가 불현듯 "오빠가 하고 싶으면 해, 내가 단칸방까진 버텨줄게."라고 말했다. 


  사실 아버지도 전날 단장님 만나러 갈 때 데려다주시면서 같은 말을 했다. 하고 싶으면 그만두고 그쪽 일을 하라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고. 


 근데 지금 이 곳에서 그 말을 듣고 보니 뭔가 명쾌해졌다. 


지난 5년 동안 아니 그 보다 더 오랫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난 지금도 충분히 하고 있었음을... 그리고 직업적 제한에 대해 내가 편견을 갖고 있었음을...


 공연 중 "위대한 여정"이란 작품이 있었다. 


아내가 이 작품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서 몇 가지를 유추하다 작지만 하나의 목표를 정할 수 있었다. 


바로 아버지와 함께 한 건설현장의 1세대, 그리고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시는 손님들의 가족들을 위한 자선 문화제를 말이다. 

 

 위대한 여정이란 작품에서 표현된 촛불이 어둠 속에 빛으로 길을 안내하고 또 가방을 들고 인생이란 여정 속에서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내가 지금 있는 상황이 문화기획과는 전혀 다른 중장비 부품 일을 주 업종으로 하고 있지만 이 또한 기나긴 여정 중 한 곳일 뿐이다. 


 그 여정으로 인해 내가 자랐고 또 우리 가족들이 지내왔기에...  아버지 함께하신 분들을 위한, 그리고 가족들의 삶을 건설현장에서 개척해 주신 분들을 위한 작은 기획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 거린다. 


아버지가 하시는 작은 사무실이 조금은 더 큰 무대로 바뀌었단 생각에...


그렇게 위대한 여정은 오늘도 계속된다.


커밍순 "아버지란 이름으로, 새벽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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