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남았다.
늘 시간에 쫓기던 내가 시간이 남았다.
일도 있었고 행사도 있었다.
해야 하는 일이었고 가야 하는 행사였다.
행사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하고 적당한 시간이라 생각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갈까 하다 뭔가 아쉬웠다.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무도 없고 전화벨도 울리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앉았다.
10분, 20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했다.
졸리지도 않고 멍했다.
글이라도 써볼까 하고 로그인은 했지만 막상 키보드에 손이 선뜻 가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있자.
아내에게 톡이 왔다.
아이들 보러 지금 올 거야?
지금 갈까?
음, 지금 하는 게 있으니까 조금 있다 오면 좋겠어.
다시 시간이 남았다.
다만 아까와 달리 시간의 마감이 생겼다.
그래서 키보드에 손을 올렸고 방금 전까지의 나를 쓴다.
시간이 많았다가 시간이 줄어들었다.
마감이 이렇게 무섭다.
집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