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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

by 꿈부자

지난 화요일 동규, 나경이와 모처럼 외식을 했다.


아내의 학교 일정에 조금 서둘러 퇴근해서 동규의 하교와 나경이의 하원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모처럼 저녁 시간이라 뭘 먹을까 고민하다 집보다는 외식이 좋을 것 같아 뭐 먹고 싶은지 물었더니 단번에 친구네 집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우연히 파스타집에서 만난 초등학교 동창.


이름도 가물가물하지만 그때의 추억에 반가움으로 종종 근처를 지날 때면 아이들과 같이 외식을 왔다.


통성명을 했지만 정확히 기억지 못하고 다시 되묻는 게 미안해서 직장 내 권위를 세운답시고 매니저님이라 불렀던 친구.


모처럼 왔는데 그 친구는 없었다.


아이들은 삼촌이 휴가 갔다, 병원 갔다, 놀러 갔다. 하는 데 현 매니저의 말론 한참 전 일이 아니냐며 누군지 헷갈린다고 되물었다.


나보다도 내 친구의 인상착의에 열심히였던 아이들은 우리가 오면 늘 먹던 음식에 조용히 집중하고 다 먹고 난 이후에 삼촌이 없어 아쉽다며 가게를 나섰다.


나 역시도 친구랍시고 매번 찾아올 때마다 신경 써주고 반갑게 맞아준 친구의 정확한 이름도 연락처도 없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감에 자책감마저 생겨났다.


다시 이 가게를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빠친구네의 가게가 아니 그 친구의 안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과연 그에게 친구라고 할 자격이 있었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언젠가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되면 조금 더 용기 내 봐야겠다.


"매번 고마웠고 잘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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