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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Oct 15. 2020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아침 라디오에서 한 신경정신과 의사가 하는 말에 직장에 도착했는데도 못 내리고 계속 듣고 있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소리만 지르게 된다는 한 워킹맘의 사연에 대한 답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답은 간단했지만 명쾌했다. 완벽한 부모 밑에서는 큰 아이들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예를 들었다. 영조처럼 완벽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도세자처럼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모가 실수도 좀 하고 빈틈이 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엄마는 엄마 자체로 행복할 때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수현 작가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불행한 엄마의 헌신은 자식에게 죄책감으로 남을 뿐, 자식의 행복을 바란다면 엄마도 행복의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엄마로서의 행복은 물론이고, 아내로서의 행복, 친구로서의 행복, 한 개인으로서의 행복을 지켜야 한다.(김수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244쪽)"


고미숙 작가도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에서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엄마와 공부가 원초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원리가 이렇다면 자식 교육을 위해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다닐게 아니라,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자식 교육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엄마가 잘 살면 자식의 공부운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었다.(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154쪽)"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육아방식도 점차 변해갔다. 모든 엄마들이 다 그렇듯 첫째는 영재로 키우고 싶었다. 몇십만 원을 호가하는 각종 좋다는 두뇌계발 세트를 금반지를 팔아가며 사줬다. 조기 영어 교육을 위해 비디오 세트도 몇십 개씩 사들였다. 각종 대학의 영재교육프로그램에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친구 부모의 차를 얻어 타면서 영재교육센터에 몇 년씩 아이를 다니게 하였다. 어머어마한 돈과 시간을 첫째의 영재교육을 위해 쏟아부었다. 물론 첫째는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나의 심리와 엄마의 기대에 못 미치는 딸의 죄책감으로 우리는 항상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둘째를 키울 때는 큰 애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재교육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다. 그래서 큰 딸에 이어 둘째 딸도 특목고를 보냈다. 중요한 사춘기 시절인 고등학교 시절을 기숙사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둘째는 신경질적이고 화가 많은 아이로 자라 있었다. 그대신 친구는 엄청 많다.^^


셋째인 막내를 키울 때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영재가 아니어도 고집불통이어도 그저 이쁘기만 하였다. 무엇을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늦둥이로 낳아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 주는 것이 고맙고 감사했다. 막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나의 취미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월요일은 민화, 화요일은 합창, 수요일은 필라테스, 목요일은 성가대, 금요일은 각종 모임! 퇴근하고 곧장 집에 오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막내는 거의 방목 수준이었다. 학원 선생님들이 나와 상담 통화를 한 번 하려면 서너 번을 시도해야 겨우 통화가 되곤 하였다.

"그래도 서영이가 엄마가 취미생활하는 걸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있어요!"

어렵게 통화 연결이 된 학원 선생님이 귀띔해주셨다. 엄마의 합창발표회와 성가대 발표에는 막내가 꼭 와서 응원해주었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라 모든 취미 활동이 올 스톱되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다. 글쓰기를 시작했다. 퇴근하면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열심히 글을 쓴다. 그러면 막내는 자기 방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한다. 방목 수준으로 키운 막내가 세 딸 중에 가장 열심히 공부한다. 시키지도 않는데도 말이다. 위의 의사 선생님과 작가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세둥맘이 증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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