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를 쓰는데도 세대차가 난다

by 세둥맘

내가 둘째를 낳았을 때만 해도 산휴 휴가 기간이 60일밖에 되지 않았다. 1월 초에 해산을 해서 겨울 방학을 포함하면 휴가기간을 그만큼 손해 봤다고도 할 수 있다. 뭐 그거야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60일 휴가 뒤 3월 6일 경이 복귀 시점이었다. 그런데 2월 말경에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3월 2일이 개학이니까 그냥 2일부터 나오시죠!"

교감선생님의 당당한 말씀에 나는 거절도 못하고 그러마하고 아직 부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은 몸을 이끌고 복귀를 했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요즘은 연가보상비를 주지 않는 대신 평상시 연가를 쓰라는 공문이 자주 날아온다. 직원들이 얼마나 연가를 많이 썼는가가 기관장의 성과지표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요즘처럼 연말이 가까워오면 연가를 빨리 쓰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 이십 년 전만 해도 아이를 낳고도 교감이 요구하면 휴가를 반납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이제는 제발 연가를 쓰라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일에 직원이 연가를 내고 없으면 이상했는데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업 때문에 연가를 쓰는데 썩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러나 행정실 직원이나 교육공무직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연가를 쓰는 편이다. 교장이나 교감 누구도 법적으로 정해진 범위 내에서 연가를 쓰는데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이렇게 세월이 바뀜에 따라 직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는데도 나처럼 나이를 좀 먹은 사람들은 연가를 쓰는데 왠지 자유롭지 못하다.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로 당당히 주장하는데 반해서. 이제 교감이 되어 교사들의 복무를 관리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젊은 사람들은 조퇴도 외출도 자유자재로 한다. 조금만 몸이 안 좋아도 조퇴를 한다. 금요일 오후에 학교를 지키고 있는 건 교감과 오십대 교사들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이렇게 빨리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꼬꾸라질 지경이다.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다 보면 바로 꼰대가 되어 버린다. 젊은 사람들의 당당한 자기 권리 찾기를 고까와하기 시작하면 나만 시대에 뒤쳐진 뒷방 늙은이가 되어버린다.


우리 때만 해도 내 한 몸을 바쳐 직장에 충성하면서 살아온 세대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직장은 여차하면 퇴사해버리면 고만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내 몸이 아파서 쓰러질 지경이 되어도 기어이 출근하는 기성세대에 반해 요즘 신세대는 내 몸과 내 가족이 더 소중하다. 생각해보면 젊은 사람들의 생각이 현명한 것 같기도 하다. 나 자신이 건강해야 직장도 다닐 수 있는 것이니까!


이렇게 백팔십도 다른 직장관을 가진 세대가 함께 일하고 있다. 왠지 손해 보는 건 나 같은 기성세대인 것 같다. 몸이 아파도 미련퉁이처럼 참고 조퇴도 달지 못한다. 연가와 조퇴를 마음대로 척척 쓰는 젊은 세대를 보면 겉으로는 쿨한 척해도 심보가 뒤틀린다. 연가를 쓰는데도 이렇게 세대차가 난다. 그래서 요즘 실천하고 있는 게 있다. 칼퇴근하기다. 퇴근시간이 되면 바로 퇴근을 하는 것이다. 퇴근 시간이 되면 바로 퇴근을 하는 직장 상사의 미덕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