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 번 산책을 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순둥이(우리 집 반려견)를 데리고 산책을 간다. 순둥이는 실외 배변견이기 때문에 밤새 참았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서 얼른 채비를 해서 데리고 나간다. 몇 달 전만 해도 동네 뒷산을 한 바퀴 다 돌고 왔는데 요즘에는 꾀가 생겨 산책로만 걷고는 집으로 돌아온다. 아침에 산책을 나갈 때쯤에는 새벽 여섯 시경이라 요즘에는 어둑어둑하다. 좀 무섭기도 하고 날씨도 추워져 한 이십 분 만에 후딱 집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순둥이는 킁킁 냄새도 맡고 쉬를 싸면서 영역 표시도 하고 가끔 가다 마주치는 고양이나 새를 보고 멍멍 짖기도 한다. 그러면서 집안에만 갇혀있었던 스트레스를 잠깐이나마 해소한다.
점심식사로 학교 급식을 먹고는 또 산책을 나간다. 학교가 산 밑에 있어서 산책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을에는 학교 뒷산 감나무에 단감이 주렁주렁 열린다. 온풍기 바람으로 인한 답답함이 찬 공기를 마시면서 산책을 하다 보면 다 날아가버린다. 오늘은 마침 날이 풀렸다. 오후 한 시경 따뜻한 햇살이 마치 따뜻하고 뽀송한 담요처럼 내 몸을 감쌌다. 산책을 하면서 학교 화단에 나무와 풀들과도 눈을 맞추고 뒷산 앙상해진 나무들에게도 눈길을 줘본다. 산책을 하는 도중 배움터지킴이 할아버지와 간혹 마주치는데 나만 보면 좋은 습관을 가지셨다고 환하게 웃어 주신다.
퇴근을 하면 학원과 과제로 바쁜 딸들을 대신해서 또 내가 순둥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실외 배변견인 순둥이는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은 산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저녁 여섯 시만 되면 어두워지기 때문에 귀찮으면 그냥 수면바지를 입고 그 위에 롱 패딩을 걸치고 나가기도 한다. 그러다 신호등을 기다릴 때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민망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리고 다니니 별로 창피하지도 않다. 저녁 산책은 논, 밭으로 뻥 뚫린 길을 주로 걷는다. 바깥공기를 쐬면 복잡했던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순둥이와 산책
아침 산책을 하면서는 비몽사몽으로 걸으면서 잠을 깬다. 점심 산책을 하면서는 쌓인 업무로 지친 머리를 잠시 식힌다. 저녁 산책을 하면서는 하루를 정리하면서 오늘은 어떤 글을 쓸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다. 오늘도 머리를 쓰다 산책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다시 산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침, 점심, 저녁 다 따지면 하루에 한 시간은 족히 걷는 듯하다. 산책은 발로 하는 명상이라고 한다. 걸으면서 몸도 건강해지고 머리 속도 비워지면서 맑아진다. 코로나로 모든 게 멈춰버린 요즘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고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내일도 아침 산책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