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책길에 까마귀 떼가 전선에 빼곡히 앉아있는 것을 봤다. 족히 이삼백 마리는 되어 보였다. 머리 위로 무언가 시커먼 것들이 빼곡히 있어 깜짝 놀라 봤더니 까마귀 떼였다. 옛날부터 까치는 길조이지만 까마귀는 별로 좋지 않은 징조로 여겨졌다. 인터넷에 까마귀를 검색해보니 요즘 까마귀 떼가 자주 출몰해 시민들의 민원이 잦다는 뉴스가 검색되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오늘 두 번의 낙방 소식을 들었다. 책 쓰기 프로젝트인 15주 동안의 삼삼오오 프로젝트를 끝냈다. 프로젝트의 마지막 과제가 바로 출간 기획서를 출판사에 직접 기고하는 것이었다. 성실과 책임감 하나로 이제껏 버텨온 나였기에 착한 학생처럼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했다. 에세이를 주로 출간하는 출판사 여섯 군데에 출판 기획서와 샘플 원고를 메일로 보냈다.
보낸 지 일주일 정도 지난 오늘, 드디어 첫 소식이 날아왔다. 이미 내년도 후반기까지 출판계획이 다 짜여있어서 어렵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추가 일정을 논의해보겠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결론은 낙방인데 에둘러 빙빙 돌려 마음을 안 다치게 배려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대로 견딜만했다.
퇴근해서 인터넷으로 까마귀를 한참 검색하고 있는데 메일이 띠리링 날아왔다. 또 다른 출판사에서 온 메일이었다. 주로 연예인들의 에세이를 출판하는 회사였다. 떨어졌다는 메일일 거야. 침착하려 애쓰면서 떨리는 손으로 메일을 열어봤다. 예상대로 낙방이었다. 출판사 직원 아니랄까 봐 거절의 문구도 구구절절 아름답다.
000에 원고를 투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원고를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저희의 출간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선생님의 옥고를 받을 기회를 놓치는 저희의 미욱함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곳에서 훌륭한 책으로 만나 뵐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하루에 두 번이나 강력한 펀치 훅이 날아들어오니 마음이 갑자기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려고 브런치를 열었지만 써지지가 않았다. 이럴 때는 역시 산책만한 것이 없다.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는 산책이 딱이다. 순둥이를 데리고 서둘러 나갔더니 역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리고 오늘은 이 낙방에 대해 글을 쓰자고 결론을 내렸다. 내 인생에 낙방하면 떠오르는 것은 승진 시험에서의 네 번의 낙방이다. 한 번도 힘든데 네 번의 낙방은 너무 힘들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을 하고 독서실에서 새벽 두 시까지 공부하는 고된 삶이었다. 거기다 막내는 그때 겨우 돌을 지났을 때였다. 잘난 며느리가 시험을 친다고 시어머니가 시아버지와 생이별을 하고 올라오셔서 막내를 봐주셨다. 이렇게 시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도 네 번이나 떨어지니 정말 면목이 없었다. 결국은 합격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비하면 오늘의 두 번의 낙방은 아무것도 아니다. 승진 시험에서의 낙방이 내 몸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이었다면 오늘의 낙담은 약간의 생채기 정도이다. 네 번의 실패의 담금질 후에 나는 무척이나 단단해졌다. 이제는 어떠한 실패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기쁜 일에도 나대지 않게 된다. 삶의 희로애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저 묵묵히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두 번의 낙방에도 구애받지 않고 조용히 매일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벌써 글들이 브런치에만 165개가 쌓여 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나의 마음을 정리하는 일. 오늘도, 내일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