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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Sep 02. 2022

꼰대보다는 어른!

오랜만에 회식을 했다. 근 3년만인듯하다. 길고 지난한 코로나 시대에는 회식은 금기시되는 일 중의 일 순위였다. 거리두기 제한이 풀린 첫날, 까페에도 식당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봄을 맞아 화창한 날씨에 북쩍이는 사람들을 보니 다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힘이 샘쏟는 듯했다. 언제 어떻게 코로나가 변덕을 부릴지 모르니 빨리 우리 학교도 회식 날짜를 잡자고 제안했다. 환영회는 고사하고 직원회의도 줌을 통한 비대면회의를 하다 보니 서로 만날 기회가 없어 옆 반 선생님의 얼굴도 잘 모르는 비극적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회식 못 하는 코로나시대에 회식비를 현금이나 쿠폰으로 주는 방식을 MZ세대는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회식 문화는 내가 꼰대인지 MZ세대인지를 가르는 대표적인 잣대가 된다. 대부분의 꼰대들은 부어라 마셔라 형의 회식 문화를 좋아한다. 일차는 기본이고 이차 삼차, 직원들을 이끌고 음식점과 술집을 순례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인 MZ세대는 회식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꺼려한다. 회사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밥을 같이 먹기보다는 정액으로 받는 쿠폰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것을 더 선호한다.     

며칠 전 교장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에서도 약방의 감초격인 꼰대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강사가 예로든 꼰대는 회사의 사장으로 토요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등산을 하고 회식을 하면서 이렇게 외친다고 한다. ‘등산해서 건강해져 좋고 회사 돈으로 맛있는 거 먹어서 좋고, 얼마나 좋냐!’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런 등산과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주말에 집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사가 강조하는 것은 CEO들은 직원을 위해 무언가를 더해주려고 애쓰기보다는 덜어주는 빼기의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꼰대와 빼기의 기술

꼰대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되어 쓰인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꼰대라는 낙인까지 찍힌다면 더욱 서럽다. 김이나 작가는 나이가 들어 육체가 약해지는 데에는 분명 조금 더 신중해지고 조금 더 내려놓으라는 뜻이 있을 거라고 하였다.      

나이가 들면 눈의 노화가 가장 먼저 시작된다. 가까운 글씨가 돋보기를 끼지 않으면 보이질 않는다. 그것은 그만큼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하라는 하늘의 뜻일 것이다. 우리 집 큰애와 요즘 사이가 부쩍 좋아졌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주말마다 친구를 만나러 가도 늦게 들어와도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어질러진 방은 들어가서 슬쩍 치워주기도 한다.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것이다. 그랬더니 싸울 일이 없어진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잘 안 보이고 귀가 잘 안들리는 것은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하라는 신의 계시인 듯하다. 그래서 자잘구레한 일에는 참견하거나 신경쓰지 말고 콩놔라 팥놔라 참견도 하지 말라는 뜻일 게다. 유능한 CEO는 사원들이 알아서 스스로 일을 하도록 한단다. 조금 맘에 안 들어도 모르는 척하고 작은 실수는 눈 감아 주는 것. 직원이 잘 하는 일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 그래서 직원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신바람나게 일을 찾아서 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 이것이 CEO의 역할일게다. 미주알 고주알 참견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안보이는 눈과 잘 들리지 않는 귀 뒤로 숨겨두어야 한다.     


꼰대보다는 성장하는 어른!

채현국 전 효암재단 이사장은 농경사회에서는 (노인들의) 경험이 지혜처럼 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경험이 다 고정관념이고 틀린 시대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이 많은 기성 세대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무기 삼아 젊은이들의 행동에 참견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보다는 그들의 젊은 기량과 번뜩이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더 낫다는 것을 인정하는 쪽을 택해야 한다. 그러면 나이 들어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여태전 전 상주중 교장은 한 칼럼에서 꼰대와 어른의 차이를 이렇게 규정했다. ‘꼰대는 성장을 멈춘 사람이고, 어른은 성장을 계속하는 사람이다’. 꼰대는 캐캐묵은 과거의 자신의 지식과 경험만을 고집하고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다. 반면 어른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보다는 요즘 트렌드를 읽을 줄 알고 거기에 맞춰 항상 공부하며 성장하는 사람이다. 과거의 지위와 권력에 취해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허세꾼이 아니다.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겸허한 자세로 항상 배우며 성장하는 사람이다.      

요즘은 젊은이들의 귀감이 될 만한 진정한 어른이 부재한 시대라고 한다. 나이 많은 생물학적 어른들은 한강의 기적을 일군 자신의 과거에 취해 ‘라떼(나 때는 말이야)’만을 외친다. 나는 너만했을 때 그렇게 살지 않았다.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자신의 병적인 워커홀릭을 영웅담처럼 후배들에게 들려주면서 은근히 강요한다. 이런 생물학적 어른들을 젊은이들은 꼰대라 부르고 겉으로는 수긍하는 척하며 도망가기 바쁘다. 세월은 너무 빨리 지나가고 나이는 허망하게 많아지는데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은 어렵기만 하다. 이렇게 나이 많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공부해야하다니! 모든 인생사가 배움의 연속이다.     

<나로 살 결심>에서 발췌


 나로 살 결심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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