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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Jun 19. 2020

왕꼰대 우리 막내

-콜버그의 도덕발달단계-

중2병에 걸린 우리 집 막내는 꼰대 중에서도 상 꼰대이다. 막내와 같이 산책을 갈 때는 5분이면 가는 길을 10분 정도 걸려서 가야 한다. 


막내는 규칙과 법규를 아주 잘 지킨다. 아파트 앞 차가 잘 안 다니는 조그만 도로의 신호등도 찰떡같이 지킨다. 누가 보든지 안 보든지 상관없다. 차들이 안 다니고 1차선 좁은 도로여서 빨간불이지만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면 내 팔을 꽉 잡으며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선생님이면서 교통법규도 안 지키냐? 지금 빨간불이잖아!"

할 수 없이 막내와 어디를 갈 때는 차가 안 다녀도 꼭 초록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서 길을 건너야 한다. 


하루는 막내와 산책을 가는데 저만치 앞서서 다른 길로 가는 것이었다. 어디 가나 싶어 유심히 봤더니 아파트 내에 보행도로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을 찾아서 가는 중이었다. 아파트 내인데 그냥 길을 건너도 될 것 같은데 보행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을 찾아 일부러 둘러 가는 막내! 


딸 셋과 함께 식당을 가는 길이었다. 문제의 그 아파트 앞 좁은 1차선 횡단보도! 차가 안 오길래 큰딸과 둘째 그리고 나는 길을 건넜는데 막내가 안 오는 것이었다. 막내 혼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 재는 노답이야! 집에서는 엄마 말 하나도 안 들으면서 신호등 지키기는 열심히야!"

초록불로 바뀌자 얼른 길을 건너와 우리와 합류한 막내는 신호 규칙도 안 지킨다면서 우리에게 화를 낸다.

"왕꼰대, 막내야! 융통성을 발휘해야지! 차들이 안 다닐 때는 건너도 돼!"

"그럼 규칙을 왜 만들었냐! 규칙을 만들었으면 지켜야지!"


유달리 교통법규 같은 규칙에 목을 매는 막내는 지금 도덕성이 발달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럼 우리 막내의 도덕성 발달 단계는 어느 단계일까?

출처: 교육심리학의 이론과 실제, 권대훈 저, 2009, 학지사


콜버그는 도덕성 발달 단계를 3 수준의 6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3 수준은 전 인습 수준, 인습 수준, 후 인습 수준으로 구분했다. 6단계를 각각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처벌 회피 및 복종의 단계이다. 권위적인 인물이 결정한 규칙에 복종하지만 처벌하지 않으면 복종하지 않는다. 2단계는 상대적 쾌락주의 단계이다. 다른 사람도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단계이다. 3단계는 대인관계 조화 단계이다. 다른 사람, 특히 권위적인 인물을 기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도덕 판단을 한다. 4단계는 사회질서 및 권위 유지 단계이다. 법이나 규칙을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규칙이나 법은 고칠 수 없으며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믿는 단계이다. 5단계는 사회계약 단계이다. 규칙이나 법은 사람들의 합의 하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해하는 단계이다. 규칙이나 법이 사회와 맞지 않으면 고쳐야 하는 것을 이해하는 단계이다. 6단계는 보편적인 도덕 원리 단계이다. 추상적인고 보편적인 원리를 준수한다. 내적 양심에 따른 자신의 도덕적 원리에 따라 행동하는 단계이다.


막내는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에 따르면 인습 수준의 4단계인 사회질서 및 권위 유지단계의 단계에 도달한 것 같다. 막내에게는 법과 규칙이 절대 진리인 것이다. 막내가 이제 책도 많이 읽고 시사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5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이나 규칙도 다 사람들이 만든 것이므로 나쁜 법이나 규칙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날도 올 것이다. 우리에게 불편하거나 힘들게 하는 규칙은 바꾸도록 건의해야 한다는 것을 알 날이 올 것이다. 


그림 출처 : 게이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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