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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Jun 22. 2020

까칠견 순둥이의 집사 길들이기

순둥이는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이다. 순둥이는 겁이 많으면서도 자기주장이 강한 강아지다. 그리고 아주 영리해서 교묘한 방법으로 우리 가족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길들이고 있다.


우선 정확한 식사시간 지키기이다. 순둥이의 식사시간은 새벽 6시, 낮 12시, 저녁 5시다. 규칙적인 아침식사를 위해서 순둥이는 다른 데서 자다가도 새벽녘이 되면 내 침대로 다가와서 나와 함께 잠을 청한다. 그러다가 정확하게 새벽 6시가 되면 '끙끙'거리면서 나를 깨운다. 아침밥을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찌나 배꼽시계가 정확한지 자신의 식사시간이 되면 '멍멍'하고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한다. 그러면 깜박 잊고 있다가도 화들짝 놀라며 순둥이의 밥을 주러 달려가게 된다. 


다음으로는 식사와 물 대령하기이다. 순둥이의 원래 밥그릇인 노란 플라스틱 밥그릇은 좀 촌스러운 것 같아 요즘 트렌드인 원목에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사줬다. 순둥이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까칠하고 겁이 많은 녀석은 스테인리스 밥그릇과 사료가 부딪히며 생기는 딸그랑 소리를 무서워했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에다 최고급 참치 캔을 담아도 보고, 각종 고기 간식을 담아서 적응하게 했지만 실패였다. 사료는 먹지 않고 계속 짖기만. 그래서 밥그릇을 이렇게 들고 먹여 주어야 한다. 그러면 못 이기는 척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순둥이의 식사 때마다 밥그릇을 대령하고 밥을 다 먹으면 바로 물그릇을 대령해야 한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순둥이는 얌체처럼 잘도 받아먹는다.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  

그릇을 대령해야 먹는 순둥이

새벽같이 집사인 나를 깨워 배부르게 아침밥을 얻어먹고는 다음 코스인 산책을 가자고 성화다.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멍멍 짖기도 하고 급할 때는 꼬리를 흔들며 먼저 현관으로 달려 나가기도 한다. 성화에 못 이겨 아침에 산책을 나가게 되었고 이제는 아침 산책이 나의 루틴이 되었다. 또 산책길에는 꼭 대장 노릇을 하려 든다. 어쩌다 내가 순둥이보다 앞서 걷기라도 하면 가던 길을 딱 멈춰 서서는 요지부동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네가 먼저 앞서가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그제야 저만치 앞장서서 걸어 나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순둥이는 처세에 강하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식구들에게는 무한정 애교의 필살기를 날린다. 그러나 식구들이 직장과 학교로 가는 아침 시간에는 체념한 채 일부러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그리고는 바로 곤한 낮잠에 빠진다. 애교를 떨다가도 주인이 재미있는 드라마에 빠져 자기와 놀아주지 않을 것 같으면 바로 포기하고 또 곤한 낮잠에 빠진다. 들이댈 때와 물러날 때는 아는 순둥이! 자기 목소리를 낼 때와 체념할 때를 아는 순둥이! 그래서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순둥이를 사랑한다. 

꽃 순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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