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목소리

매일글쓰기 도전기

by 세둥맘

긴 항암치료를 끝내고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완벽주의 성격에다 욕심은 하늘을 찌를 듯해서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다. 항상 1등을 해야 했고 남보다 뒤처지면 몇 날을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장까지 하며 애 셋을 키웠다. 왜 박사학위는 땄는지 지금 와서 후회막심이다. 거기다 국비장학금으로 미국까지 다녀왔다. 정말 화려한 스펙이다. 그러나 그것도 건강할 때 화려한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 몇 년을 고생해서 따낸 박사학위도 그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거기다 장학사 시험까지 무려 5년이나 준비했다. 낮에는 학생들과 씨름을 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독서실에서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했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 그 독서실에서 제일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은 고3도 취준생도 아닌 바로 나였다.


그러다 이렇게 덜컥 암이 걸렸다. 그것도 3기! 암에 걸리니 내가 공들여 쌓아 온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졌다. 가정, 직장. 인맥, 친구!! 철저하게 혼자였다. 항암치료의 어둡고 긴 터널 속에 혼자 남겨졌다. 모든 것이 후회스럽고 원망스러웠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슬퍼하는 척(?)했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내가 짜증이라도 내는 날이면 다들 불편해했고 멀어져 갔다. 남편은 정말이지 남의 편이었다.


6개월 질병휴직을 했다. 정말 이 기간 동안은 철저하게 혼자였다. 이상하게 전화 한 통 오지 않았다. 휴직은 직만 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계의 단절인가? 그렇게 3개월 간의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오롯이 혼자서 견뎌냈다. 우울증이 와서 치료도 받았다. '선생님!!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항상 도전과 성취로 관철된 삶을 살아왔던 나에게 이제는 그렇게 사는 것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단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어떻게요? 저는 이렇게 한평생을 코뿔소처럼 앞만 보고 살아왔는데요. 다르게 사는 방법을 모르는데요!! 이것을 쟁취하면 다음 단계로 다른 것을 엿보고! 그렇게 살아왔는데요.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저에게 방법을 좀 가르쳐 주세요! 그러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며 누구도 그 방법을 몰랐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인생의 길이었으니까!


그때 방사선과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항상 생각하고 명상하다 보면 티브이 광고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고 스쳐 지나가는 어떤 것에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그렇다! 요즘 나는 내 내면의 아우성을 들었다. 미치도록 글을 쓰고 싶다!!!